적당함에 대하여

by 새나

요즘 sns에 떠다니는 그림 한 장을 보았다.

"확~찐자"라는 그림을 보고

"어머 센스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그 확~찐자가 나라는 사실을 모른 체 말이다.

나의 뱃살도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움직여 주면 쓸데없는 뱃살들이 늘어나지 않을 텐데 적당히 알맞게 채워가는 것이 그리 쉽지 만은 않은 것 같다.

계절이 바뀌면서 옷장 정리를 하다 보면 매번 버릴 것이 넘쳐나는 옷가지들로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냉동고 속에 실체를 모르는 식재료들이 가득한데도 먹을 것이 없다고 장을 보고 또 채워놓고 있다.

아마도 나의 몸속에도 충분한 음식들로 가득한데 식욕이라는 욕심에 꾸역꾸역 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대 때 다이어트를 하던 내 모습을 보고 친정엄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돈 들여 처먹고 돈 들여 빼고 돈지랄이 풍년이다"

밤늦은 시간에 야식을 시켜 먹고 그대로 잠이 들고, 주말에는 소파에 누워 입속에 한가득 음식을 넣고 오물오물 거리는 모습을 몇십 년을 보아 왔던 친정엄마였다.

돈 들여 먹고 돈 들여 빼는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모습에 참다 참다 한마디 던진 친정엄마의 뼈 때리는 말에 당분간 야식을 끊었던 기억이 난다.


옛날에는 풍채가 좋은 몸이 부를 상징하는 시대도 있었다.

아이들 동화책 흥부놀부에 나오는 놀부만 보아도 풍성한 엉덩이에 심술보 가득한 양볼을 볼 수 있는 반면, 가난한 흥부는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왜소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욕심이 없던 놀부였다면 과연 그렇게 뚱뚱한 모습이었을까?

돈에 대한 욕심, 집에 대한 욕심,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놀부를 묘사한 것을 보고 지금 늘어나는 뱃살을 주체 못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미 충분한 양의 밥을 먹고 나서도 더 먹고 싶은 식욕을 참지 못하고 배가 터질 것 같은 포만감을 느끼고서야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더 먹고 싶은 욕심이 나의 뱃살을 늘게 하고 뱃살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게 된다.

아이들의 동화책에서만 보아도 욕심이라는 단어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욕심이라는 단어를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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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뱃살을 잡기 위해 더 먹고 싶은 욕심을 먼저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다이어트 식단과 간단한 운동으로 늘어난 뱃살을 잡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다이어트 식단 레시피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음식을 준비했다.

보통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데 소비되는 시간은 1시간~2시간 정도이다.

쌀을 씻어 밥을 하고,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육수를 만들고 된장을 풀고 각종 채소를 준비하고 그다음 밑반찬 3가지 정도를 만드면 한두 시간은 금세 지나가 버린다.


그렇게 준비한 한 끼 식사를 가족들이 맛있게 잘 먹어 준다면 소비되는 시간이 반나절이 걸려도 기꺼이 식사 준비를 한다.

된장찌개가 짜다. 시금치나물이 싱겁다. 계란말이가 너무 얇다 등등

나름 정성 들여 차린 한 끼 식사에 이런저런 잔소리가 들리면 힘이 쭉 빠지게 된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준비한 식사 시간은 10~20분 정도가 소비되었다.

재료 준비도 간단하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했다.

접시에 예쁘게 담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가족들이 식탁에 둘려 앉아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음식을 보면서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맛있다는 말과 함께 그릇에 놓인 음식들을 모두 먹었다.

적당히 한 끼 먹을 만큼의 양을 준비해서 그릇에 담아 놓으니 그릇에 남아 있는 음식들이 없었다.

욕심이라는 양념을 빼고 적당히라는 양념을 더하니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버려지는 식재료도 없었다.


살면서 불필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채우면서 살아왔다.

각 방 옷장들마다 꽉꽉 끼여 있는 옷들이 넘쳐나지만 막상 입을 옷이 없다고 또다시 옷을 구매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채울 자리가 부족하다면 기존의 오래된 것들은 버려 새로운 것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먼지 쌓여 캐캐 한 냄새를 풍기는 오래된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새로운 것들이 어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며 본연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겠는가

냄새나고 더 이상 입지 못할 옷은 재활용에 버리고, 오래되었지만 한두 번은 입을 수 있는 것은 한쪽 구석에 넣어 두고, 새로 산 옷은 눈에 잘 보이는 중간 자리에 걸어 두어 본연의 재능을 뽐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늘어난 뱃살을 줄여 가듯이 나에게 불필요하게 채워졌던 것들도 하나둘 줄여갈 생각이다.

유리잔 한가득 출렁대는 물을 담아 물이 흘러내릴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물을 마시기보다는 적당한 물을 컵에 담아 마시는 편안함을 선택하고 싶다.

불필요한 전화번호, 불필요한 인맥, 불필요한 정보들, 불필요한 생각들, 불필요한 감정들...

생각해보니 참 많은 것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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