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마법을 부린다.
아무리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 듬뿍
뿌려도 비 한방에 절대 못 미친다.
어제 하루 내 비가 곱게 제법 내렸다.
이른 아침, 온 누리 맑은 햇살에
눈 뜨자마자 엉덩이가 들썩들썩.
텃밭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자중하며,
샌드위치를 만들어 거기 가서 먹을까 계획을 세워보았지만 또 자중하며,
새로 온 원두로 커피를 내리고,
샌드위치를 천천히 만들어,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그래, 내가 바쁠 이유가 뭐람??
꼭 바쁘게 내달리다 보면 탈이 생기더라.
이번 토마토도 너무 일찍 심어 지금 걱정을 사서하고 있지 않나.
사실 텃밭에 달려가고픈 이유가 토마토가 제대로 크고 있는지 같은 걱정 한 스푼도 있다.
거의 아홉 시 무렵,
처음에는 걸어갈까 싶었으나,
자전거를 조심해 타고 텃밭으로 향했다.
근데 날씨만큼 오늘 라이딩이 쾌청하다.
딱 한 번 멈추고 텃밭까지 고고!
건널목마다 마치 나를 위한 듯 초록불이 쫙쫙 켜지는 기특한 일이!
정말 드문 일이다, 이런 신호등의 일.
텃밭 도착.
아직은 헐렁한 공공텃밭 어린 작물들이 생글생글이다.
진짜 봄비는 옳았다.
장화로 바꿔 신고 멀리서 144번에 눈길을 고정하고 사이로 걷는다.
우왕~~ 내 토마토도 기운이 뻗고 있음이 분명했다.
.
금화 씨(친구까지 만나는 행운)랑 수다를 떨다 보내고
돋보기를 끼고 자세히 보니,
대부분 꽃이 맺혔다.
뭐여? 뭐여? 벌써 이래도 되는감?
새촙은 곁순까지!
분명 성장을 잘하고 있는 거 맞네?
일찍 심어 모종이 고생하여 성장이 더딜 거라는 부정적인 말을 주변에서 어찌나 하던지..
변덕스러운 날씨에 나도 변덕을 함 부려 본 건데, 밤기온이 다시 10도 이하로 떨어진다는 이번 주만 잘 넘기면 안심이다.
물론 이 첫 꽃은 곧 따야 되겠지만,
비 맞았다고 꽃이 피는 걸 보면(오히려 너무 일러..) 추위에 상처 입었다는 우려는 노노, 임이 증명된 셈.
바질 모종도 그럭저럭 자라고 있다.
고단새 누군가 갉아먹기를 했다는 기분 나쁘지 않은 사실.
곁잎을 가위로 살살 잘라내니,
바질향이 솔솔.
그래 이 맛에 텃밭 하지.
바질 뽀골이들도 올라오는 더 기특한 사실.
이번엔 바질에 관한 한 모든 방법 총동원이다.
그래봤자 두 가지지만, 모종과 씨앗 뿌리기.
부디 바질 페스토를 쟁여둘 수 있는 기회를 다오.
상추는 왜 난도질 해났니?
바라보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땅기운으로 올라온 상추부터 먹고 싶다는.
그래서 제법 커버린 모종 상태 잎을 다 뜯어내고, 그 잎들로 주변에 간이 멀칭을 하고, 흙을 살살 덮어 주었다.
올 텃밭의 화두는(^^헷) 멀칭이다.
여러 영상을 보며 민둥한 밭이 얼마나 자연을 역행하는 모습인지 깊이 느끼게 되었다.
공공이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이지만 곁가지나 앞으로 무성하게 올라올 풀 만이라도 이용하여 살짝 시도해 보려 한다.
주변에 폐 안 끼치고 관리인 눈에 띄지 않게 은근슬쩍.
배로 부지런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렇게 정리~.
곧 이곳 흙 힘으로 새잎이 파릇하게 올라올 것이다.
고맙게 이어진 소꿉놀이 텃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