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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Mar 06. 2024

목표는 자퇴



3월 4일 월요일.

학교와 약속이 생겼다. 것도 3개월간. 수동적 위치에서 잡은 약속이지만, 나는 성인이니까 지킨다..


깊게 들어가자면,

자퇴를 꿈꾸는 이유는 예상했던 대학과는 달랐고, 대학에 오면 얻을 것 같던 인맥과 실력은 사실 대학 밖이 더 넓고 기회가 많다는 걸 알게 되어서다. 이미 고교시절 때부터 대학에 대한 로망은 없었고, 대학에서는 진정한 배움보다 취업의 수단으로 밖에 이용되지 않음을 느꼈다. 실제로 그러했고, 가르치는 사람들은 과거에 머물러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영상이라는 전공 특성상, 트렌드에 맞게 늘 배우고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이곳의 교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학교 밖에서 배움을 찾고, 기회를 찾고 있다. 학교를 다닐 때 느낀 건, 대학이 좁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도 행동도 좁다는 것. 발전이 없다고 느낀 나는 휴학을 했고, 그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했다.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트래블러도 만나고, 영화제나 다양하고 특이한 아르바이트도 하며 경험과 사람을 모두 쌓았다.


그런데 다시 학교를 가는 이유는,

책 <나는 4시간만 일한다>에서 "사람들은 대개 불확실성보다는 불행을 선택한다."라고 말한다. 아직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에서의 불확실성을 맞설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외에 어떤 일을 하며 독립적인 직업인이 될지 그 시작을 준비하며 이루기 전까지 다시 가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꽤 괜찮은 걸? 너무너무 싫던 교수가 이번 학기에는 없다는 것이 희소식이었다. 그리고 처음 만난 새로운 교수님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현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박사과정을 갓 마치신 젊은 분. "저를 잘 활용하고 이용하세요"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월요일을 기대하게 되었다. 스승이 없던 나는 스승이 생긴 것만 같고, 나를 어필하고 싶어졌다.


"출석 부르면서, 관심분야 얘기해 주세요" - "다큐랑 SNS요."

다큐는 학과 안에서 내가 유일한 관심분야여서 교수님은 생소하다는 리액션으로 호응하셨다. 다음 주는 어떨까?


교수님 스스로를 중간 서술자로 소개하셔서 당신은 딱딱한 개념을 쉽게 이야기해 줄 뿐, 우리가 우리의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고등학교 때 공부방식이 떠올랐다. 그때는 잘 외우고, 문제를 잘 파악하고 푸는 학생이 똑똑한 것이었다. 선생님이 주시는 모든 개념들을 그대로 입력하고 시험에 맞게 출력하면 그만. 교복을 벗고 나온 세상에서 지식은, 입력과 출력이 아니었다. 그 둘만 하면 고리타분한 사람이 될 뿐, 그것들을 나만의 것으로, 하고 있는 일에 적용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배우고 소화하고 이용하는 것이 공부임을 알게 된 후로는 오히려 교복 입은 학생 때보다 스스로 찾아 공부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대학은 그런 곳이다. 교수는 나보다 공부 많이 한 중간 서술자이자, 코치일 뿐.




3월 5일 화요일.

교수님 두 분과의 약속. 본격적인 실기를 하는 강의 두 개. 벌써부터 기대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팀플이라니. 실기는 어렵고 프로그램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상이 학교로 점차 채워진다.

공강 시간에 읽은 책에서 '상황을 무시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은 내면의 평화를 찾는 길이다'라는 글을 봤다. 무시하자. 오늘은 오늘 할 일만 찾자.




3월 6일 수요일.

공강이다. 푹 잔 듯 늦잠을 잤다. 힘든 일이 있을수록 잠은 깊어진다. 덕분에 아주 덕분에 일어났을 때 상쾌함을 오랜만에 느꼈다. 오늘은 영상 프로그램 툴을 공부해야 한다. 하고 싶은 개인적인 공부와 일들은 뒷전이 되었다. 그게 속상하기는 하지만, 오늘만은 잠시 양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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