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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나무(木)로만 숲이 될 수 없다.

갑을의 참 뜻은 큰나무와 작은나무 

by gracious man Dec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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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한국의 종속적 갑을(甲乙) 관계는 피해 가기 힘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갑을(甲乙)이라는 단어의 뜻과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갑을(甲乙)의 기원은 중국 고대 천문 역법 및 점성술을 기원으로 하여 발전한 명리학(命理學)에서 유래된 글자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미신(迷信)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주팔자는 60 갑자(庚子)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고 있는데 60 갑자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로 나뉘게 되며 이 중 천간(天干)은 다시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갑을(甲乙)은 이 천간의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문자로 갑(甲)은 양(+)을, 을(乙)은 음(-)으로 구분되며 둘 다 나무(木)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중 갑(甲)은 큰 나무(木)를 을(乙)은 작은 나무(木)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 외의 자세한 내용은 책의 주제와 크게 상관없어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만,  갑을(甲乙)보다는 많이 사용되지 않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갑을(甲乙)의 하위 개념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병(丙)과 정(丁)은 불(火)의 속성으로 역시 병(丙)과 정(丁)도 양(+)과 음(-)으로 구분되며 병(丙)이 큰 불(火), 정(丁)은 작은 불(火)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한 번쯤은 들어 보았던 갑을병정(甲乙丙丁)은 이와 같이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다루는 명리학(命理學에서 유래된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의 설명만으로도 갑을(甲乙)이 왜 우리 사회의 계약서에 기재되어 종속관계의 의미로 잘못 인식되어 왔는지 상상력을 발휘해 조금은 유추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갑(甲)의 큰 나무와 양(+)의 속성과 을(乙)의 작은 나무와 음(-)의 속성이 어떤 계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상하(上下)의 종속된 개념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잘못 인식되어 온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갑을(甲乙)이라는 두 글자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경우는 계약서(契約書)입니다. 

갑을의 의미는 큰 나무와 작은 나무© 2024. 나무늘보 All rights reserved.




계약서는 기본적으로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계약서에 갑을(甲乙)이라는 뜻은 나와 너의 대등한 관계가 아닌 상하(上下) 관계의 인식이 강합니다. 참고로, 계약서에 갑을(甲乙)을 표기하는 나라는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한국, 중국, 일본이 유일합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에서 사용되는 갑을(甲乙)에는 상하(上下)의 인식이 거의 없습니다.  이렇듯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갑을(甲乙)의 의미가 상하(上下)의 의미로 인식되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근대 이후의 한국사회와 정치, 경제의 변화 속에서 그 의미를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갑을은 평등한 관계©️ 2024. 나무늘보 All rights reserved.


다시 한번 설명하면 명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갑을(甲乙)의 속성의 양(+)과 음(-), 큰 나무와 작은 나무는 절대 상하(上下) 관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갑을(甲乙)의 속성인 양과 음, 큰 나무와 작은 나무는 어울림과 융합을 의미**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필자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글로벌 아웃소싱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다양한 직책을 맡으면서 2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산업의 고객기업과 협력할 기회를 가졌었습니다. 


글로벌 아웃소싱 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얻은 이러한 경험, 즉 고객기업의 임직원과의 만남을 통해 해당 기업의 경영상태와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인사이트는 그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거의 예외 없이 일치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파트너 회사나 아웃소싱 업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어떤 기업은 파트너사를 단순한 외주 업체로 여기며 수직적인 관계를 고수하는 반면, 또 다른 기업은 파트너사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상호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후자의 접근법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인으로, 수년간의 관찰 결과, 경기 변동이나 시장 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상하관계가 아닌 협력적 파트너십으로 정립한 곳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파트너사와의 동반 성장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며, 시장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합니다. 단기적인 이익 추구나 일방적인 비용 절감보다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과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이러한 전략이 결과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한 가지 실사례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이사로 재임 시절, 모 TV홈쇼핑 회사와 고객센터 운영 계약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TV홈쇼핑 사업의 특성상 고객센터는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계약 형태였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설루션과 시스템이 개발되어 예를 들어, ARS(Automatic Response Service) 자동 주문 시스템, 혹은 Web과 관련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등과 같은  멀티채널(Multi Channel)로 주문이 가능해졌습니다만 당시에는 대부분이 일반전화로만 주문이 가능한 시기로 즉, 상담원들이 거의 모든 주문 및 반품, 환불 응대를 직접 해야만 하는 구조였습니다. 


홈쇼핑 사업은 히트 상품을 얼마나 발굴하고 지정된 방송 시간대에 최대한 판매를 올릴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대체적으로 상품 판매 일정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만 고객사(홈쇼핑)와 상품을 납품하는 제조 회사와 조율이 되지 않아 판매 상품의 변경이 방송 전날 갑작스럽게 고객센터에 통보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됩니다. 변경된 상품이 히트 상품이 아닌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히트 상품인 경우에는 기존에 유지하고 있는 고객센터 직원들만으로는 주문 전화를 응대하기 부족한 문제가 발생됩니다. 그러나 인력을 늘리는 것은 전화 회선을 늘리듯이 간단히 추가 설치 등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채용, 교육, 실습 등의 절대적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홈쇼핑 회사 입장에서는 모든 주문 콜이 매출이고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지만 가능한 한 많은 주문 전화를 응대하기를 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와 갈등이 발생합니다. 

고객사 담당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인력을 증원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비상식저인 요구입니다. 고객센터를 아웃소싱 운영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홈쇼핑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십분 이해하고 문제즐 해결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은 할 수 있지만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어떻게 해서든지..”의 요청(要請)이나 부탁(付託) 도 아닌 당연한 요구(要求), 심지어는 권리(權利)로 표출되곤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상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첫째, 계약 당사자 간에는 합의된 계약 내용이 아닌 것을 요청할 수는 있어도 요구하면 안 됩니다. 
둘째, 요청을 할 때는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새롭게 제시된 방향과 결과는 계약 쌍방이 같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셋째, 향후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될 것을 대비해 운영전략과 방향을 다시 설정하기 위한 예산 및 준비 시간을 다시 협의해야 합니다. 


누가 보아도 당연한 상식적인 프로세스입니다만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고객사 담당자의 “어떻게 해서든지..”, 의 막무가내식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갑질”입니다. 그런데 왜 해당 홈쇼핑 담당자는 누가 보아도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였던 것일까요? 심지어는 BPO기업 직원에게 해서는 안 되는 욕설까지 하는 일이 발생되었습니다. 


고객센터 운영 기업에서는 약속한 계약 내용을 준수하고 있었지만 홈쇼핑 기업의 사정으로 변경되어 발생한 문제를, 어떤 방법이나 지원 없이 고객센터 운영기업에게 단 하루 만에 인력을 늘려 달라는 비상식적인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유는 어떤 근거도 없이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대안이 없는 요구©️ 2024. 나무늘보 All rights reserved.


그런데 이런 문제는 고객사 담당자만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됩니다. 고객사 담당자도 한 조직의 구성원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해당 홈쇼핑 회사의 경영진은 고객센터를 아웃소싱 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주문 전화를 놓치지 않고 응대를 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 밖에 아웃소싱 계약을 이해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이해시키려는 어떤 임직원도 사내에 없었기 때문에 해당 담당자의 비상식적인 무리한 언행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 기업의 문화와 경영 상황, 경영진의 철학(?)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대안이 없는 요구= 갑질©️ 2024. 나무늘보 All rights reserved.

시대가 변했습니다. 협력회사나 아웃소싱 기업을 종속관계로 생각하는 문화는 한 사회와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잘못된 인식입니다. 지금까지 나의 기업의 협력회사였던 기업이 경쟁사의 협력회사가 될 수 있습니다. 애플의 대부분의 제품을 제조하는 폭스콘 기업이 애플에 종속되어 있는 회사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플에게 있어 폭스콘 기업은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파트너이고 그 파트너 기업으로 인해 애플의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웨이터법칙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는 잘 대해주지만 웨이터에게는 거만하게 행동한다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 데이브 배리-”(If someone is nice to you but rude to the waiter, they are not a nice person)


즉,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거나 가까운 사람에게는 친절하면서도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대상에게는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결국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이익만 내면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갑을(甲乙) 관계는 그 뜻과 유래에서도 살펴보았지만 결코 상하(上下) 관계가 아닙니다. 양(+)과 음(-)을 상하관계, 종속관계로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어우러져 숲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잘못된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다 보니 갑을(甲乙)이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에도 많은 사회 구성원들도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쓰는 표현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개인적으로도 갑을(甲乙)이라는 표현이 이미 뿌리 깊게 잘못 인식되어 있다면 다른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단지, 표현을 바꾼다고 인식까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예전보다는 우리 사회의 기업문화는 발전하고 개선되었습니다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물품 납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계약 대상 기업들을 파트너(Partner)로 대하지 않고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무조건 받고 들어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잘못 인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의 경우 임직원들의 태도와 언행은 거의 100% 소속 기업의 문화와 상황, 경영진이 어디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등과 일치합니다. 아이가 부모가 말하는 발음을 따라 하면서 언어를 배우듯이 그런 기업들의 임직원들도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와 경영진의 평소 언행을 그대로 답습하여 협력 회사들에 대한 태도로 나타납니다. 


갑을관계처럼 종속된 관계는 갑(甲) 회사의 경영 문제가 없을 때는 을(乙) 회사는 종속된 관계를 있어 갑니다만, 갑 회사의 사업현황이 어려워지면 을(乙) 회사는 그 어려움은 나누거나 같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나 파트너(Partner) 관계는 동반자적 관계입니다. 고객기업이 어려운 상황일 때 같이 고민하고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같이 노력합니다. 한국 사회는 과거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내었지만 성장을 나누거나 동반성장을 하는 법을 충분히 배우거나 경험한 적이 많지 않았던 것도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경험하거나 배운 적이 없는 일은 언행으로 실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종속적 갑을관계가 쉽게 해결되지 않은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갑을 관계가 아닌 대등한 파트너 관계로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아웃소싱 기업에 대한 사회적 예의나 불평등의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다 자신의 기업의 핵심사업과 역량에 더 집중하기 위함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국내를 가리지 않고 무한 경쟁시대로 어떤 기업도 이제는 혼자 성장할 수 없습니다. 핵심역량에 더욱 집중하여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동행(同行)하는 동반자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상생(相生)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동반(同伴成長)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동반성장하는 협력적 체계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해당 아웃소싱 기업도 이익만을 쫓아 해당 고객기업을 떠나 경쟁회사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종속적 갑을 관계가 아닌 우리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아웃소싱 기업이 필요한 시대로 변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애플이 만약 폭스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애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폭스콘이 애플의 갑질에 못 견뎌서 삼성이나 다른 회사의 제품 생산으로 방향을 바꾼다면 비단 폭스콘만의 기회비용 상실로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이미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핵심사업과 방향이 정해지면 자신들과 동반성장할 훌륭한 파트너 회사들을 역시 전 세계적으로 찾아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최대 미션으로 검토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맺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직도 한국사회에 잔존하는 시키면 해야 하는 문화는 누구보다도 해당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하루빨리 종식 외어야 하는 잘못된 문화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종속적 갑을관계가 종식되고 동반성장하는 파트너 문화가 안착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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