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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성훈 Feb 07. 2022

마음을 두는 곳

'OO미학'이라는 카페가 청담에 처음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로스팅이나 핸드드립이 뭔지 몰랐던 나였지만 그만 '미학'이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꼭 한 번 가보자 다짐했었다.


예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레트로'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이라 그리 밖에 표현할 방도가 없었는지 모른다. (굉장히 세련된 인테리어였지만 당시 세기말 감성이라기보다 바로크나 신고전주의 같 맘대로 적어본다)


한 번의 방문 후 나는 그곳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커피 취향도 예민하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어느 사교계 모임에 멋모르고 초대된 듯 이질감 때문이다.


백화점 VIP라운지에 실수로 들어갔을 때 느끼는 어색함. 나도 다른 이도 내가 여기 소속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 부러 잘못은 아니기에 묵인하는, 어쩜 당시 불안정했던 내 마음의 상태가 애꿎게 그리 느꼈는 모른다.


그 이후 힙하다 이유로 무조건 찾 곳은 없다. 입구에서부터 '나와 맞지 않다' 느끼면 먼 길 찾어도 발길을 돌린다. 아이가 태어나고, 중년 태가 나고부터는 좀 더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동안 브랜드 커피숍만을 다녔다. '표준'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다. 소위 통계에서 말하는 '정규분포'안에 포함되95% 신뢰 수준으로 모나지 않은 보통의 커피 음용자가 다.


그건 누가 봐도 제법 괜찮은 회사의 직장인이라는 명함과도 어울린다. 그럴싸해 보인다 말이다.


하지만  남의 시선이 덜 성가신 나이가 되고부터, 혹은 M과 Z의 대담한 자기 취향에 용기를 얻 '나의 것'을 찾기 시작한다. 남은 모르더라도 내가 좋은 것 말이다. 이 거대한 세계에 속다는 소속감보다 나만의 작은 섬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꽤나 열심히 살고 있지만, 가끔 그 파도가 진저리 나면 잠시 멈춰 멍하니 바라본다.


나에게 섬이 되어주는 동네 카페. 어두운 밤 그만 마음을 놓게하는 랜턴같은 포근함이 있다. (배경: 더텐 The10)

네 마실이나 상점 주인에 말을 거는 어르신들을 어릴 적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일상의 대화를 나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받는다. 경계하고 감추고 그럴싸해 보일 필요 없는 무방비 상태가 허락된 덕인지 모른다.


큐브라는 빈센조 나탈리의 영화를 보고 소름 끼쳤던 기억이 난다. 폐쇄된 공간의 연속. 탈출에 성공해도 똑같이 생긴 다른 공간에 갇힌다. 풀기 어려운 문제가 기다린다. Death Game까지는 아니더라도 끝없는 숙제를 결국 다 풀어내지 못하는 삶을 닮아 우울했던 그 영화 말이다.


거대한 세상을 향한 무력감, 그 몹쓸 감정에 대한 자기 치유 위해 망치라도 든다. 벽에 구멍이라도 내듯 일상의 틀에 흠을 내고 싶다.


모든 것이 정체되어 갇혀버린, 거대하지만 점점 쪼그라드는 세상에서 섬을 찾고 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의 위안을 받는다.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군가의 마음이 나로 인해 한소끔 쉬었다 갈 수 있다면 좋겠다', '나도 섬이 되면 좋겠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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