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수업을 들으며 오일에 대한 단어를 스치듯 접했다.
강사님께서 15ml의 작은 병을 꺼내셨다. 그리고 수업을 듣는 님들의 손바닥에 한방울씩 떨어뜨려 주셨다. 갑자기 고농축의 장미 오일향이 그 공간을 고급스러움으로 격상시켰다.
"이 한병 가격이 얼마인지 아세요?"
이 작은 오일 한병은 45만원이었다. 그래도 향수와 다른 오일이다. 향기만을 느끼기 위해서 사는 오일이 아니었다.
그 후로 검색을 해 본 뒤 레몬 오일, 오렌지 오일, 진저 오일을 이용해 보았다.
내 몸에 맞는 오일이 진저 오일이란다.
그래서 딱 한 방울만 배꼽 위에 떨어뜨리고 배 부위로 원을 그리며 문지르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배가 아플 때마다, 배 속이 불편할 때마다.
배꼽 위로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왠지 한방울로는 부족할 것만 같아 배꼽 아래에 다시 한 방울을 떨어뜨려 배를 동그랗게 살살 어루만졌다.
다음날에는 두방울도 부족해 보인다. 배꼽 양쪽으로 다시 한방울씩 두 방울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더 많이 어루만진다.
자고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간지러운 몸을 바쁘게 긁고 있는 내 손을 알아차렸다.
'왜 이렇게 가렵지?'
몸통은 말할 것도 없고 목, 손등, 허벅지, 바지 허리선은 긁어대서 빨갛게 부어오르다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토피처럼.
그러다 진짜 당황스러운 일은 뒷목 윗부분 머리통 부분에 지름 1cm 정도로 생긴 혹이었다. 목까지 이어지는 림프선이 부었는지 끔찍한 통증이 몰려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릴 수도 없었다.
'볼록 튀어나온 혹 부분이 뭉친 부분일까?' 생각하고 살살살 롤을 가지고 풀어보기도 하고 손으로 가만히 짚어가며 풀어보려고 해도 며칠은 그대로였다.
"몸에 노폐물이 있으면 피부에 이상 반응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작은 소리여서 흘려들었던 오일 전문가 분의 말이 그때서야 떠올랐다.
"한방울도 모자라 네방울이나 떨어뜨렸으니 내 몸에 무슨 반응들이 일어나도 격렬하게 일어났나봐."
배 위에 떨어뜨린 오일 네방울은 생전 처음 머리에 혹까지 만들어 놓을 만큼의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열흘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흔적도 남지 않고 다 사라졌다. 혹도 긁어서 빨개진 상처도.
농축된 오일 한 방울.
한 방울이 디자인하는 내 몸의 변화는 알아차릴 수 없는 범위까지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레몬 한방울 떨어뜨린 따뜻한 물 마시기로 하루를 시작해, 피곤할 때마다 목에 있는 림프선을 라벤다 오일롤로 문지르며 마음의 평안까지 찾는다. 배가 더부룩 할 때는 진저 오일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어깨가 결리거나 통증이 오면 오렌지 오일을 바르며 휴식을 취한다.
내년에는 오일을 하나씩 실험하고 공부해 보며 오일 생활의 향긋하고 건강한 괄호를 열고 닫아볼 참이다. 향기와 함께하는 치유의 괄호가 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