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두려워하지 말자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글귀를 봤다. (정확하게 어디서였는지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대화였다)
A: 만약 무언가를 해도 후회를 하게 되고 그것을 안 해도 후회를 하게 된다면 하는 게 맞을까요 안 하는 게 맞을까요?
B: 하는 게 맞지. 안 하고 후회하면 미련이 남아 뒤를 보게 하지만 하고 후회하면 경험이 되어 앞을 보게 하니까
정말 맞는 말이구나 싶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미국에서 지내기 전에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는데, 의사소통이 어려운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산다 라는 생각으로 미국에 가면서 내가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것은 바로 "무조건 하고 보자"였다. 이 Mindset 은 미국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 내가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것 중 하나이다.
Linda의 막내아들인 Nathan 은 나랑 비슷한 또래였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가장 좋은 점은 바로 많은 대화를 하며 여러 활동을 통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게는 운이 좋게도 Nathan은 학교를 다니면서 여기저기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학교의 행사, 스포츠 연습 등 여기저기 다니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Linda와 Nathan은 항상 내게 "같이 갈래?"라고 물어봐주었다.
이때는 나는 미국에서 학교 입학을 하기 전이였는데 (미국 학기는 9월에 시작하여 나는 약 6개월간 미국 고등학교 입학 전에 학교를 다니지 않고 미국에서 지냈었다) 덕분에 Linda와 Nathan을 따라다니며 학교에 대해 간접체험도 하고 여러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Linda 혹은 Nathan 이 물어볼 때마다 나는 무조건 간다고 했다. 그게 어디인지, 어떤 곳인지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설명해 주었을 때에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들도 많이 있었지만 일단 같이 가겠다고 했다. 가서 대화도 어려워 멀뚱멀뚱 서있을게 뻔했어도 나는 간다고 했다. 물론 가서 후회한 적도 많이 있다. 재미없기도 했고 내가 왜 여기 서있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하고 항상 친구들과 축구를 했었는데, 한 번은 Nathan의 축구 연습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연습경기 중에 나도 같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어서 함께 축구를 했다. 영어로 내게 소리 지르며 열심히 뛰어다니던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대화는 통하지 않고 팀 스포츠를 하다 보니 점점 나는 자신감을 잃었고 함께 뛰던 친구들보다 체력도 많이 약해 점점 힘들어졌고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로 나를 보며 수군수군 대던 백인 친구들을 보며 어느 순간 왜 여기 와서 힘들게 뛰고 있지 생각에 후회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순간은 순간일 뿐, 항상 그 순간은 지나갔고 내게 남는 건 경험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
주말에는 대부분 Linda의 가족들, 그리고 강아지들과 함께 해변으로 나가 모래사장에 앉아서 쉬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그곳에선 정말 해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릴곳만 가리고 수영복을 입고 해변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처음에 보았을 때엔 '와 역시 자유의 나라 미국'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해변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미국 서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평화로워 보일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없는 곳 같아 보였다. 그 사람들이 가지는, 혹은 가지려고 하는 그 삶의 휴식이 보기가 참 좋았다. 그래서 이후에도 미국에 살면서 나는 자주 혼자서도 해변에 나가 휴식을 취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 외에도 저녁에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사러 마트에 갈 때에도, Linda 가 우편물을 보내러 우체국에 갈 때에도, Nathan의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에도 난 항상 옆에 따라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Linda는 나를 챙기느라 엄청 귀찮았을 것 같은데 항상 따라다니려고 하는 나를 챙겨줘서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항상 데리고 다니려고 했던 Linda를 Host family로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그렇게 무조건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생존 영어를 배워야 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만 하고 있다 보니 내가 원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그 말들을 들어야 했고, 가끔 질문이 올 때에 잘 대답하기 위해서 귀 기울여 듣게 되었다. 늘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그들의 문화, 생활 방식, 사고의 흐름 등 다양한 부분들을 빠르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었다. 덕분에 미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영어를 점점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한 적응을 하기 위해 스스로 무언가 하는 노력보단 그냥 옆 꼭 붙어 다니면서 두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최고였다.
얼마 되지 않아, 어린 나이에 나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저녁엔 위험해서 낮에만 가능했다) 자연스러웠고 마치 내가 원래 그곳에서 살던 사람인 것처럼 나 스스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영어를 잘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그 환경에 얼마나 적응을 했느냐 인데 나는 항상 따라다니고 경험으로 배운 덕분에 거의 완벽하게 그들의 생활과 문화, 그 환경 속에 적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느 날부터인가 영어도 잘 들리고 내가 점점 더 많은 말을 영어로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덕분에 나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환경에 적응했으며, 어느 정도 소통을 할 수 있는 영어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Ch.1 은 미국에서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내용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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