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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해인 Sep 07. 2024

몇 광년을 떠나간 유년에게

(2024.09.07)


식은 사랑은 서로를 향한 응원이 될 수 있기를


사랑이 일시적인 감정에 그치는 것이라면

세상엔 왜 이렇게 슬픔이 많은 것이냐며

몇 광년을 떠나간 유년에게 다그치겠지만


남몰래 나열한 다짐이 한 장의 기도가 될 수 있기를


우산을 쓰고자 비가 내렸던

철저히 그 애를 머금으며 시간의 바깥에 서있었던

차마 소멸하기엔 과분히 황홀하였지만


가까스로 이별을 감당해야 했던

 스물넷의 여름을 잊지 않기를


감정의 위상을 역행하듯

나쁜 마음을 고아 내어도

하필 사랑해 라는 한 마디가 잔여하여

금시에 나는 울먹인다


새벽아, 나의 새벽아

교활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우는

내 꼴이 비록 우스울지라도

비겁하게 여운이라 불리는 표현을 빌려

세상을 단정할지라도


불규칙이 가져다준 행복과

불안정이 전부였던 청춘과

불평등을 받아들인 날들은

빠짐없이 제자리에 있으므로


커다란 유성우를 내린다면

하찮은 두 손 모아 웅얼거릴 것이다


혼자인 시간을 고스란히 견딜 수 있기를

쓸쓸한 편안과 온정이 교대하여

삶을 연속할 수 있기를


기도라 부르기엔 대수로운

일상의 파편과 소망들

실은 굳이 별 때문이 아니고

나의 의지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기를


그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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