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품격과 매너를 지키며 즐겁게 여행하기
아시아 최초로 인구 1천만 명을 넘긴 메가시티 도쿄
도쿄는 런던, 뉴욕과 함께 세계 3대 도시 중의 하나다. 도쿄를 세계 3대 도시 중의 하나로 꼽는 이유는 세계 최대의 대중교통 인프라, 잘 정비된 도시 환경, 높은 안전성과 청결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쿄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인구 증가, 도로의 복잡성 및 유류비 등의 복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철도 노선에 투자하며 대중교통 중심의 계획적인 도시로 발전해 왔다.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면 목적지까지 빠르고 경제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도쿄는 시내뿐만 아니라 관문인 나리타공항(成田空港), 하네다공항(羽田空港)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부터 다양하다. 따라서 대중교통편을 잘 이해하여 이용할 할 수 있으면 빠르고 저렴하게 목적지에 이동할 수 있다. 도쿄 시내의 대중교통은 크게 기차, 전철, 시내버스가 있다.
5종류의 전철, 지하철
교통체증 없이 비교적 정확한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전철(지하철)*은 관리 회사에 따라 JR, TOKYO METRO, 사철 등 5종류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환승제도가 없기 때문에 다른 관리회사 노선으로 갈아타면 누적 할인이 적용되지 않고, 다시 기본요금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동 동선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도쿄의 시내버스는 탑승 거리에 관계없이 1회 탑승 요금 210엔~250엔을 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유리하다. 그러나, 시내버스는 우리나라의 마을버스처럼 주로 가까운 거리를 운행하기 때문에 이용이 한정적이다. 택시는 대중교통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면 요금을 절약할 수도 있지만, 탑승 구간과 시간대에 따라 교통체증으로 이동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역시 전철, 지하철을 잘 이용하면 목적지까지 빠르고 경제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목적지에 가까운 전철역을 미리 알아두고 주변지역을 한꺼번에 둘러보도록 일정을 잡자
가장 가까운 역을 일본어로는 '모요리에키(最寄り駅)'라고 한다. 天仁은 업무차 도쿄타워에 바로 옆에 있는 거래처에 자주 방문한다. 거래처는 도보 5분 거리인 오에이도선 지하철 아카바네바시(赤羽橋) 역이 가장 가까운 모요리에키이지만, 天仁은 늘 히비야선(日比谷線) 가미야초(神谷町) 역을 이용한다. 가미야초 역에서 거래선까지는 도보 7분 정도로 아카바네시역보다 조금 더 멀지만, 天仁 사무실에서 히비야선을 바로 탈 수 있기 때문에 환승하는 데 걸리는 시간, 노선 변경에 따른 요금 증가를 고려하면 굳이 갈아 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역이 어딘지를 확인하고, 같은 노선 또는 주변에 위치한 관광지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도록 일정을 계획하자.
큰 역에서 환승할 때는 미리 환승방법을 확인해 두자
사이타마현(埼玉県) 등 외곽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오는 관문 중의 하나인 신주쿠(新宿) 역의 하루 이용객은 351만 명이다. 이 수치는 단일 역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객 수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되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이용객 수가 많은 것은 JR, 오다큐 선, 게이오 선, 도쿄 메트로, 도에이 지하철 등 모두 11개의 전철 노선이 지나기 때문이다. 노선이 많은 만큼 이용객 수도 많고, 환승 시간도 많이 걸린다. 특히 큰 역에서 환승할 때는 시간에 쫓겨 비행기를 놓치거나 약속 시간에 늦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 있게 움직이자. JR, 신칸센, 도쿄메트로 등 총 17개 노선이 지나는 도쿄(東京) 역과 5개 노선이 지나는 오테마치(大手町) 역도 환승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 주의해야 한다.
규칙과 매너를 지키면서 관광하자
'24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치인 3,687만 명, 그중 한국인 방문객은 882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4%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일본은 '과잉 관광(オーバーツーリズム, Overtourism)'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를들면, 도쿄 근교 유명 관광지인 에노시마 전철 가마쿠라 고교 앞역 근처 건널목에는 일부 관광객(주로 중국인 관광객)이 선로 안과 차도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어 최근 매스컴에서 몇 번이나 보도했던 적이 있다. 그 건널목은 인기 만화 ≪슬램 덩크≫의 무대가 된 곳이어서 해외 관광객들이 이른바 '성지 순례자 방문'을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가마쿠라시(鎌倉市)는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 지역 제공, 쓰레기통 증설, 교통정리원 배치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은 안전 문제와 불편을 호소한다. 또, 오사카 등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객 급증으로 쓰레기 문제, 시설 고장 증가 등의 어려움으로 관광세 부과 등 대책을 고려 중이라고도 한다.
홋카이도 비에이쵸(北海道美瑛町)에서는 올해 1월, 인기 관광 명소였던 ’세븐 스타의 나무‘ 부근의 자작나무 가로수 약 40그루를 벌목한 일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밭에 무단 침입하여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고, 도로에서 사진을 찍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생기자 농가에서 마을 경관 심의회의 승낙을 얻어 더 이상 관광객이 오지 않도록 아예 나무를 베어 버린 것이다. 2016년에는 같은 이유로 ‘철학의 나무’를 벌목한 일도 있어서 관광과 농업이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아닌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내 돈으로 가는 여행이니 내 맘대로 자유롭게 관광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법과 규칙을 지키지 않으니 현지인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간혹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우리나라 관광객으로 보이는 분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내용의 한국말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금물이다. 특히,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한국말임을 아는 일본인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일본인들 누구도 대중교통에서 전화를 하는 사람이 없다.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대중교통에서는 전화를 하면 안 된다'라는 규정이 있고 이를 일본 시민들은 바보처럼 잘 지키기 때문이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 관광하는 매너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인의 품격과 매너를 지키며 효율적이고, 즐겁게 도쿄를 여행해 보자.
일본은 철저한 예약 문화의 나라
숙소뿐만 아니라 유명 관광지인 도쿄타워, 스카이 트리, 하코네(箱根)로 가는 특급열차 로맨스카 등은 모두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식당도 인원이 많다면 반드시 사전에 예약하여 좌석을 확보해야 한다.
맛집, 카페, 패션거리에만 가지말고 서점, 미술관, 온천도 둘러보자
지난번 부산 본가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부산공항에서 줄 서서 티켓팅을 기다리던 중 도쿄로 여행 간다는 여대생 2명과 잠깐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도쿄에 가면 스시 맛집, 아이스크림 가게, 돈가스 맛집, 패션거리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다. 두 사람 모두 부모님께 여행 경비를 전액을 받았다고 하는데, 여행일정이 온통 맛집과 쇼핑센터 방문 위주로 되어 있었기에 너무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일본은 스위스, 오스트리와 등과 함께 선발공업국(The Early Industrializers)인 영국에 이은 후발 산업혁명(Latercomers) 국가 이고,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3배 정도 큰 나라인 만큼 다양한 다양한 볼거리와 배울 점도 많다.
학생이라면 츠타야 서점(蔦屋書店)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국립서양미술관을 일정 중에 넣는 것은 어떨까. 서양미술관은 마츠카타 고지로(松方幸次郎) 컬렉션을 기반으로 르네상스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다양한 서양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또, 로드 모네의 '수련', 루카스 크라나흐의 '유디트', 로댕의 조각품도 관람할 수 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에 큰 감동을 받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음 주면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지금까지 일본인(일본출신 외국국적자 포함)이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10명, 문학상 2명 등 총 32명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올해에도 생리학상, 화학상에 10여 명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기초 과학 분야가 강해 노벨상을 많이 받는 일본이 부럽다. 도쿄를 여행하면서 왜 일본이 기초 과학에 강하고 중소기업도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맛집 뿐만아니라 선진화된 모습도 인스타에 올리자
天仁도 누구보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이 주는 다양한 혜택을 알고 있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추구하는 여행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먹고 마시는 여행보다는 미래를 구상하고, 좋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힐링하는 여행은 어떨까? 도쿄 주변의 온천여행도 일정에 넣어 일본의 독특한 생활 관습과 예절,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깔끔한 문화를 경험해 보시기를 권한다. 도쿄 시내를 다니며 호텔이나 음식점뿐만 아니라 어떤 공중 화장실의 수도꼭지에도 손을 갖다 대면 수돗물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보도블록이 깨진 것이 없으며 모두 높이가 같아 안전하게 걸을 수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계단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유모차와 휠체어도 자유롭게 오를 수 있도록 우회 경사로가 함께 설치되어 있는 것도 살펴보시기를 바란다. 그래서 스시와 아이스크림 인증 사진만 인스타에 올릴 것이 아니라 선진화된 시스템도 인스타와 블로그에 올려 주시기를 바란다.
*주 1.) 도쿄 시내의 주요 전철과 지하철 노선 이해하기
①JR(Japan Railway, 철도): 서울의 지하철 2호선 같은 환상선인 야마노테선(山手線), 남북을 잇는 게이힌도우호쿠 센(京浜東北線) 등이 있다.
②도쿄메트로(Tokyo Metro): 도쿄 지하철(주)가 운영하는 지하철로 9개 노선이 있다. 긴자 선(銀座線, 노선번호 G), 마루노우치 선(丸ノ内線, M), 히비야 선(日比谷線, H), 도자이 선(東西線, T, 치요다 선(千代田線, C), 유라쿠초 선(有楽町線, Y), 난보쿠 선(南北線, N), 한조몬 선(半蔵門線, Z), 후쿠토신 선(副都心線, F) 등.
③Toei 지하철(都営地下鉄): 도쿄도(東京都) 교통국이 운영하는 지하철이다. 아사쿠사선(浅草線), 미타선(三田線), 신주쿠선(新宿線), 오에도선(大江戸線) 등의 4개 노선.
④사철(私鉄): 시내에서 하코네 등 교외로 나가는 오다큐 선(小田急選), 시모키타자와, 키치죠지 등의 도쿄 시내에서 외곽 지역으로 나가는 게이오 선(京王線), 이케부쿠로역(池袋駅)에서 사이타마현(埼玉県)으로 나가는 도부철도(東武鉄道)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