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이 있을 거 같다는 의사 소견을 듣고 나서 1월 1일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에는 그 어떤 병원도 문을 열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만 뇌종양을 알아봐야 했다.
검색하거나 관련 카페에 가입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아래와 같았다.
프로락틴 수치가 300 이상이면 뇌하수체 종양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뇌하수체는 상부에 있는 시상하부와 연결되어 몸의 호르몬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으로, 뇌하수체에 이상이 생기면 시야 장애가 생기거나 생리가 멈추거나 두통이 느낄 수 있다.
최근 먹은 약 때문에 수치가 높게 측정될 수 있는데, 그때는 즉시 복용을 멈추고 다시 혈액검사를 한다.
1cm 이하의 종양 크기를 미세 선종, 1cm 이상의 종양 크기를 거대 선종이라 부른다.
약물치료와 수술, 방사선 치료 등의 방법이 있지만, 거대 선종일 경우에는 수술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세 선종은 약물로 치료를 진행한다.
이 정도였다.
최근에 약을 따로 먹은 적은 없었다. 물론 B사에 다닐 때 주구장창 우울증약을 먹기는 했지만. 설마 그때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어서 잘못 검사가 나온 걸까? 그렇다고 해도 워낙 프로락틴 수치가 높은 편이라 안심할 수 없는 상태였다. 뇌에 종양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확답은 결국 MRI 검사를 통해서만 내릴 수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 노트북을 껐다.
현 단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온종일 뇌종양이 아니기를 바라는 일뿐이었다. 혹여 만약에 있다고 쳐도, 수술을 대체로 한다는 거대 선종만은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드는 불안감에 결과를 듣기 전부터 뇌종양 센터가 있는 대학병원을 검색하고 전화번호를 저장해두었다.
새해 다음날, 산부인과 병원에 방문했다. 더 자세한 소견을 들을 뿐, 혈액 검사는 재실시하지 않았다. 일주일을 더 기다릴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정밀 혈액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7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내원을 짧게 끝내고 곧장 동네 영상 전문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MRI를 찍었다. 대기시간을 포함해서 약 2시간 정도 걸렸을까? 드디어 내 뇌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뇌하수체 종양이세요. 2.7cm 종양이 보이네요."
결국 뇌종양이었다. 또 하필 그토록 아니길 바랐던 1cm 이상의 거대 선종이기까지 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실망과 절망을 겨우내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계셨나요?”
별 반문 없이 바로 수긍하자 의사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나는 야트막하게 고개를 가로젓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아무리 전날, 인터넷으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도 어떻게 뇌하수체 거대 선종에 걸렸음을 확신하겠는가. 그렇지만 원체 내가 운이 좀 안 좋은 편이라서, 머피의 법칙이 또 발동한 거겠니 하며 의사의 진단에 쉽게 납득했던 거 같다. 귀가하는 길에 전날 미리 알아본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1개월 뒤에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 환자들은 많고, 뇌종양 센터가 있는 대학병원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예약을 마치고서 휴대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기어이 일어나고 만 불운에 나는 허공을 향해 무거운 숨을 밭았다. 같이 병원에 온 엄마도 옆에서 말없이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연말만큼이나 최악인 신년이었다.
귀가한 후, 기력이 다 빠진 나는 곧장 침대에 몸을 뉘었다. 잠을 자고 싶었는데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빈 시간을 보냈다. 평소처럼 유튜브를 보거나 OTT 콘텐츠를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못’ 했다.
나는 계속해서 뇌종양 관련 카페에 들어가 나와 비슷한 사례인 이들의 후기를 찾아보았다. 어떤 사람은 수술 후 금방 완치되었노라 서술했고, 반면 어떤 이는 수술 이후 되레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였노라 적었다. 상충하는 사연이 많았다.
-여기까지 미리보기입니다-
혹시 나머지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책<과로사 할래? 퇴사 할래?>에서 감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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