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아니었다면, 나는 당장 일어나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아닌가. 너무 기뻐서 뒷목 잡고 쓰러졌으려나. 어쨌건 이곳은 회사였고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던 나는 평정을 가까스로 유지하며 메일함을 열었다. 합격 메일 전문에는 믿기지도 않게 내 원고를 칭찬하는 말로 일색이었다. 심장이 거세게 박동했다.
맨 하단에는 가계약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열어보니 상세한 계약 조건을 볼 수 있었다. 정산 비율, 계약 기간, 유의사항 등을 차례대로 확인한 나는 문득 갑과 을의 항목에 눈을 돌렸다. 을에는 출판사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갑 자리에는 빈칸으로 남겨져 있었다. 거기에다가 내 이름을 적으면 되는 것이다.
가계약서 일부 캡쳐
내가 갑이 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A사 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때 나는 을이라도 되고 싶다고 울부짖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갑이 되어보았다.
운이란 건 없다고. 모든 건 명확한 인과 속에 놓여 있는 법이라고. 뇌종양을 진단받았을 때 그리 생각했건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이토록 운이 좋을 수가 있나.
나의 이 보잘것없는 글에서 어느 한 출판사가 일말의 가능성을 찾아주는 경우도, 그리고 그 출판사가 내게 계약서를 주는 경우도 확률적으로 희박했다. 나는 믿지도 않은 신의 자비로움을 느꼈다. 메일 창을 닫고서 누구일지 모를 상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여기까지 미리보기입니다- 혹시 나머지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책<과로사 할래? 퇴사 할래?>에서 감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