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끌림, 엄마와 나의 20평
작년 이맘때쯤, 엄마에게 지인으로부터 20평짜리 텃밭을 무상으로 대여받을 기회가 생겼다.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엄마에게 20평은 너무 커 보였는지 나에게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내 짧은 농사 연대기를 떠올려 봤다.
대학교 자취 시절, 야채값이 아까워 길거리 흙을 페트병에 담아 치커리를 키워 먹던 기억.
결혼 후 베란다 텃밭에 깻잎과 상추를 심었더니 깻잎숲이 되어, 풀잎이 스치는 소리를 ASMR 삼아 잠에서 깨던 아침들.
그 외에도 집에서 작은 화분을 키우는 정도의 관심은 늘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럼에도 엄마에게 나는 꽤 믿음직스러운 텃밭 동지처럼 보였나 보다.
내가 함께하겠다고 하면 해볼 만할 것 같다고 했다. 나 역시 넓은 밭에 씨 몇 개만 뿌려도 수확할 수 있다면 식재료비 절약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작은 이끌림이 있었다.
우리는 결국 이 텃밭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