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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페페 Jul 26. 2024

텃밭 첫 해

시행착오들

텃밭을 시작하긴 했지만 이끌림 이상의 열정은 없었다. 그리고 텃밭에 돈을 쓸 여유도 없었다.

그저 어디서 본 대로 고랑 이랑을 만들고, 다이소에서 씨를 사서 흩뿌렸다.

비닐멀칭을 많이들 한다던데 비닐을 사기도 싫었고, 쓰레기를 만들기도 싫었다.

옆 텃밭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하셨다. 비료가 부족하다, 씨를 심지 말고 모종을 사서 심어라.

그 큰 텃밭에 비료를 다 뿌리면 돈이 얼말까? 씨보다 모종이 비싼데 그냥 씨 몇백 개 뿌리고 자란 거 먹지 뭐.

그래도 경험자들의 조언이니 허허 웃으며 재미로 하는 거예요~ 하고 답했다.


엄마는 농사열정이 불타올라서 비료도 사고, 농기구도 사고, 비닐멀칭과 농약을 하고 싶어 하는 거는 내가 말려서 참았다.

대신 유기농 자재를 샀다. 모종도 사고, 종구도 사더라.


처음에는 밭을 공동으로 관리했다.

그런데 엄마가 열정이 불타오르니 상대적으로 내 입지는 줄어들었다.

내가 밭을 관리해보려 하면 엄마가 거기에 이미 씨를 뿌려놓아서 건들지 말라고 했다. 뭘 뿌렸는지 물어보면 뭐 뿌렸더라? 했다.

엄마가 시키는 일을 하다 보니 흥미가 많이 떨어졌다.

비닐멀칭대신 풀멀칭을 하는 방법을 검색하다 알게 되어서 텃밭 근처 잡초를 잘라 말려서 흙 위에 덮어주거나, 밭의 돌을 골라내서 주변에 돌담을 쌓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원래 논이었던 곳에 아무 흙모래를 채워놓은 곳이라 흙 질도 안 좋고, 돌도 엄청 많았다.

풀멀칭을 해놓으니 오이가 참 잘 자랐는데 벌레들이 그 건초더미에 몰려왔다.


 나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치우라고 소리를 쳐서 그마저도 가쪽으로 치워버렸다.


그렇게 겨울이 왔다. 흙이 쉴 때 나도 잠시 쉬며 생각을 해봤다.

나는 텃밭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 내 밭은 내 밭이 아니라 엄마밭이다.

나는 내가 주체적으로 가꾸고 싶다. 그러면 더 재미있을 거다.

그래서 엄마에게 밭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엄마는 별생각 없이 ok 했다.


그렇게 24년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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