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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매장

by 리박 팔사 Feb 27. 2025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2000년대 초반, 스타벅스를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커피보다 시그니처 초콜릿 같은 달달한 음료를 더 좋아하였다.

당시 스타벅스의 커피는 내게 다소 씁쓸하고, 어른들의 음료처럼 느껴졌다.


다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와 공간은 그 자체적으로도 매력적이었다.

매장에 들어서면 커피 향이 은은하였고,

부드러운 노란빛 조명은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창가 자리에는 사람들이 책을 읽었고,

바리스타가 원두를 갈며 커피 머신을 조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은 기존의 다방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다.


2000년대 초반: 스타벅스가 형성한 새로운 공간


2000년대 초반,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그전까지 카페는 ‘누군가를 대기하거나 만나기 위한 공간’에 가까웠지만

스타벅스는 ‘혼자서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초창기 스타벅스 매장은 테이크아웃 문화를 강조하여 테이블이 많지 않았고, 대형 창문 너머로 보이는 손님들의 모습이 오히려 브랜드의 감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다.


스타벅스 로고가 그려진 컵을 손에 든 사람들은 마치 선진 도시의 일부처럼 느껴졌고,

그 모습을 보며 ‘저런 문화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벅스는 2000년대 후반부터 매장 구조가 달라졌다.

목재와 금속이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 곳곳에 배치된 푹신한 소파와 개방적인 테이블,

조용히 노트북을 펼칠 수 있는 바 테이블까지. 스타벅스는 혼자 와도 부담 없는 곳이 되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2010년대: 라이프스타일이 된 스타벅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타벅스를 비롯한 카페 문화는

단순한 커피 판매점을 넘어 사람들이 ‘머무르는 공간’이자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이 시기부터 카페 라떼를 즐기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우유가 섞인 커피는 쓰지 않으면서도 커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적당한 균형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사람들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 자체가 변하였다.


매장 내부는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채워졌다.

테이블마다 콘센트가 설치되었고,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면서 카페는 ‘머무르는 공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누군가는 업무를 보기 위해, 누군가는 조용히 책을 읽기 위해, 누군가는 친구들과 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았다.


2010년대 후반부터 나는 콜드브루를 마시기 시작했다.

보다 깔끔한 맛과 깊은 풍미가 좋았고, 얼음을 넣어도 맛이 희석되지 않아 매력적이었다.

이 시기, 스타벅스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한옥을 이용한 매장 또는 제주도의 지역성을 메뉴, 프리미엄 컨셉의 리저브 매장까지 일반적인 스타벅스보다 더 조용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했다.


스타벅스는 단순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각 지역과 고객에 맞춰 변화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2020년대: 스타벅스의 공간과 역할의 변화


2020년대, 카페는 더 이상 ‘머무는 곳’이 아니라 각자 니즈에 따른 ‘선택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카페에서 기다리기 보다는 사이렌 오더를 이용해 커피를 미리 주문하고, 드라이브 스루 등

픽업 전용 창구에서 빠르게 받아 가는 방식이 일상이 되었다.


스타벅스가 아니더라도 커피를 집 근처에서 언제든지 어디서나 즐기게 되었고

각각 카페 특성에 따라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조하는 무인 매장이 생겨나거나

커피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추천을 해주는 AI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오히려 이제야 나는 아메리카노를 즐긴다.

처음에는 너무 쓰다고 느껴졌던 스타벅스 커피의 향과 맛이 익숙하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


예전처럼 오랜 시간 카페에 머무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스타벅스를 찾는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이 주는 익숙함과 안정감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특별한 이유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단순한 커피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이곳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스타벅스를 찾았을 때, 나는 커피 대신 시그니처 초콜릿을 마셨다.

카페라떼를 거쳐 콜드브루를 즐기던 시기도 있었고,

지금은 아메리카노를 선호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스타벅스는 결국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각자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장소인 것이다.


어쩌면 스타벅스를 찾는다는 건,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머무르던 나의 시간과 경험을 다시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러분에게 스타벅스 매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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