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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천 자의 생각 12

by 최형주

무엇을 포기하는지가 곧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질문은 정신없이 공부만 하던 학창 시절을 벗어나 성인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많은 경우 이 질문은 조금씩 형태를 바꾸어서 나타나지만 결국에는 수렴한다. 예를 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어떤 노후 생활을 보내고 싶은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은지, 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고민할 때 우리는 이 직업과 저 직업의 장단점을 알아보고, 물어보고, 경험해 보는 등 여러 과정을 겪는다. 이런저런 조사들을 통해 그 직업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확고한 하나의 결론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 직업의 주체가 될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이 질문은 너무도 거대하고 거칠고 불명확해 그 앞에 서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한 번에 답을 내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질문도 바꾸어 던져 보자. 앞선 글에서 선택이 아니라 무엇을 포기하는지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한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지금 나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내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타인의 시선으로 보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그저 좇아가는 사람. 그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생각해 본다면 단연코 시간이다. 목표로 하는 것, 추구하는 것이 정말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할 시간. 그렇기에 마음 편하게 습관적으로 행동하기보다, 늦더라도 고민하고 움직이려 노력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매 순간 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 실천하며 살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단 한 가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내 앞에 어둡게 숨겨진 목표를 끌어내어 내 앞 어딘가에 그려내는 일,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될 것이며, 그러자면 얼마나 걸리고, 그것이 어떤 장점을 가질 것인지 정확하게 아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려내는 일, 그것을 할 수 없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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