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이번 생은 두강이로
03화
3화. 나는야 척 노리스
날더러 미국 영화배우를 닮았다네
by
도희
Nov 5. 2022
거실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이 집에선 늦잠 자긴 틀린 것 같다.
하지만
늦잠을 방해하는 햇살이
나는 눈물 날 정도로 좋다.
어제의 차멀미 증세는 언제 그랬느냐 싶다.
밥맛이 꿀맛이다.
일찍 일어나서 한 똥 했더니 속이 비어 출출하던 차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 그릇 뚝딱했다.
엄마는 그런 날 보고 불과 10분 전의 찌그러진 인상은 어디 가고 기특하다는 듯 쳐다본다.
미용전 대걸레 두강
그런데 좀 전에 엄마 표정으로 봐선 뭔가 내가 크게 잘못한 것 같았다.
뭐 딱히 별일은 없었다.
잠깐 철장을 열어 준 사이에 거실 바닥에 깔아 둔 박스와 신문을 신나게 물고 뜯고 씹고 맛보았다.
이른바 행위 예술의 결정판.
그리고 나의 소중한(?) 응가로
비록 색감은 떨어지지만 피카소처럼
멋진 추상화를 그려 놓았을 뿐인데.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음, 두강 화백 멋지다. 히히
엄마가 마스크에 고무장갑까지 중무장을 하고 나의 작품들을 순식간에 정리해버려 아쉽긴 하다.
엄빠와 함께 병원에 갔다
.
무려 5명.
세상에 이렇게 많은 여자 사람을 본 건 처음이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이리저리 만지고 입도 벌려 본다.
피를 뽑을 땐 쬐끔,
아~주 쬐끔 무서웠지만 울지 않았다.
다들 의젓하다며 칭찬한다.
이거 왜 이래, 난 벌써 견생 6개월 차라고.
괜히 어깨를 으쓱거렸다.
몸무게를 달아보니 10.4 Kg.
의사 선생님은 내가 15Kg 이상 될 거라고 한다.
굳이 이 자리에서 그렇게 말할 건 뭐람.
아빠가 원망하듯 나를 쳐다봐서
난 재빨리 시선을 돌려 다른 쪽을 쳐다봤다.
낸들 알았겠수.
내가 7Kg이라고 거짓말한 것도 아니고…
미용과 목욕은 힘들긴 했지만 너무 개운했다.
땟국물이 너무 많이 나와 예쁜 누나에게
좀 창피했다.
흥 흥 ~, 이 좋은 냄새는 뭐지?
유후~ 내 몸에서
장미향이 폴폴 풍긴다.
“야가 아까 그 대걸레 같던 가가?”
"인형 같다."
“척 노리스 닮았다”
주위에서 이모, 누나들이 난리다.
하도 시끄러워 거울을 봤다.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것이 진정 내 모습이란 말인가.
봐도 봐도 믿기지 않는다.
나는 꽃미남에 귀공자가 되어 있었다.
잠시 후 엄빠가 날 데리러 왔다.
엄마는 나를 안고 뽀뽀를 해대고
아주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쳇, 어제는 날 만지지도 못하더니.
한번 만질 때마다 500원.
랄랄라~
어쨌든 난 오늘부터 새 견생이 시작되었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오늘 밤엔 잠이 너~~ 무 잘 올 것 같다.
렛츠 고!
keyword
미용
반려견
강아지
Brunch Book
이번 생은 두강이로
01
1화. 기다리면 나도 엄마, 아빠가 생길까?
02
2화. 이거 봐, 나도 이제 이름 있는 개라고
03
3화. 나는야 척 노리스
04
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간다고~
05
아빠랑 마실 가요~
이번 생은 두강이로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0화)
36
댓글
10
댓글
10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도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글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기쁨과 감정,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깁니다
팔로워
367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02화
2화. 이거 봐, 나도 이제 이름 있는 개라고
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간다고~
다음 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