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나는야 척 노리스

날더러 미국 영화배우를 닮았다네

by 도희

거실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이 집에선 늦잠 자긴 틀린 것 같다.

하지만

늦잠을 방해하는 햇살이

나는 눈물 날 정도로 좋다.


어제의 차멀미 증세는 언제 그랬느냐 싶다.

밥맛이 꿀맛이다.

일찍 일어나서 한 똥 했더니 속이 비어 출출하던 차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 그릇 뚝딱했다.

엄마는 그런 날 보고 불과 10분 전의 찌그러진 인상은 어디 가고 기특하다는 듯 쳐다본다.


미용전 대걸레 두강


그런데 좀 전에 엄마 표정으로 봐선 뭔가 내가 크게 잘못한 것 같았다.

뭐 딱히 별일은 없었다.

잠깐 철장을 열어 준 사이에 거실 바닥에 깔아 둔 박스와 신문을 신나게 물고 뜯고 씹고 맛보았다.

이른바 행위 예술의 결정판.


그리고 나의 소중한(?) 응가로

비록 색감은 떨어지지만 피카소처럼

멋진 추상화를 그려 놓았을 뿐인데.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음, 두강 화백 멋지다. 히히


엄마가 마스크에 고무장갑까지 중무장을 하고 나의 작품들을 순식간에 정리해버려 아쉽긴 하다.



엄빠와 함께 병원에 갔다.

무려 5명.

세상에 이렇게 많은 여자 사람을 본 건 처음이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이리저리 만지고 입도 벌려 본다.

피를 뽑을 땐 쬐끔,

아~주 쬐끔 무서웠지만 울지 않았다.

다들 의젓하다며 칭찬한다.

이거 왜 이래, 난 벌써 견생 6개월 차라고.

괜히 어깨를 으쓱거렸다.


몸무게를 달아보니 10.4 Kg.

의사 선생님은 내가 15Kg 이상 될 거라고 한다.

굳이 이 자리에서 그렇게 말할 건 뭐람.

아빠가 원망하듯 나를 쳐다봐서

난 재빨리 시선을 돌려 다른 쪽을 쳐다봤다.

낸들 알았겠수.

내가 7Kg이라고 거짓말한 것도 아니고…


미용과 목욕은 힘들긴 했지만 너무 개운했다.

땟국물이 너무 많이 나와 예쁜 누나에게

좀 창피했다.

흥 흥 ~, 이 좋은 냄새는 뭐지?

유후~ 내 몸에서 장미향이 폴폴 풍긴다.


“야가 아까 그 대걸레 같던 가가?”

"인형 같다."

“척 노리스 닮았다”

주위에서 이모, 누나들이 난리다.


하도 시끄러워 거울을 봤다.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것이 진정 내 모습이란 말인가.

봐도 봐도 믿기지 않는다.

나는 꽃미남에 귀공자가 되어 있었다.


잠시 후 엄빠가 날 데리러 왔다.

엄마는 나를 안고 뽀뽀를 해대고

아주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쳇, 어제는 날 만지지도 못하더니.

한번 만질 때마다 500원.


랄랄라~

어쨌든 난 오늘부터 새 견생이 시작되었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오늘 밤엔 잠이 너~~ 무 잘 올 것 같다.

렛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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