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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두강이로
01화
1화. 기다리면 나도 엄마, 아빠가 생길까?
by
도희
Oct 24. 2022
“야~, 내일 누가 너 보러 온대”
멀대 형아가 말했다.
‘누가? 정말! 누군데 누군데,
미리 알려 주면 안 돼?’
내가 요 몇 달간 본 사람은 매일 한 번 지하로 내려와 철장을 열고
나의 똥을 치워주는 멀대 형과 가끔 내려와서 날 보곤 사료만 축내는 녀석이라고
혀를 차대는 무뚝뚝한 사장밖에 없다.
나는 이 두 사람에게 늘
“야”
로 불린다.
멀대형과 함께
기억도 가물가물한 엄마 품을 떠나 이곳 펫 샵으로 온 지 벌써 넉 달째다
.
두 달 전까진 그래도 1층에 살았다.
그곳은 낮이나 밤이나 훤했다. 그때는 비록 좁은 유리 상자에 갇혀 있었지만 견딜만했다.
낮엔 창밖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밤엔 옆 칸의 다른 애들과 요즘 사료가 맛이 없다는 둥,
사장이 빨리 안 팔린다고 미워한다는 둥 그런 이야기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
두 달간 1층에서 지내다 나는 지금 이곳
지하 방으로 쫓겨 왔다.
내 덩치가 커져 유리 상자에서 더 이상 지낼 수 없게 되었다.
한 번은 일어서다가 유리 상자 벽에 머리를 부딪혔고, 언젠가는 발을 뻗다가 유리 상자를 깨뜨릴 뻔했다.
사장이 멀대 형에게 몇 마디 하더니 날 이곳으로 보냈다.
그 후로 난 여기서 혼자 지낸다.
낮이나 밤이나 늘 혼자다. 이곳은 캄캄하고 친구들도 아무도 없다.
가끔 바람 소리에 철문이 덜커덕거리기라도 하면 깜짝 놀란다,
이래 봬도 견생 6개월 차라고
어깨에 힘을 줘 보지만 가끔은 눈물이 난다.
아, 발. 발 저려. 철장이 좁아 마음대로 다리를 펼 수 없어 자주 발이 저린다.
요즘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 지독해 자주 발로 코를 막고 있다.
발에서는 그나마 아직까지 꼬순내가 난다.
근데 내일 누군가 날 보러 온다고?
나도 이제 떠나간 친구들처럼
사람 엄마, 아빠가 생긴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런 꼴의 나를 누가 데려가기나 할까.
거품 목욕은 못할망정 빗질이라도
해 봤으면…
미남은 잠꾸러기니까 일찍 자야겠다.
없는 털빨이라도 살려봐야지.
내일 아침엔 일어나서 눈곱이라도 떼야지.
그게 지금으로선 최선이야. 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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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이번 생은 두강이로
01
1화. 기다리면 나도 엄마, 아빠가 생길까?
02
2화. 이거 봐, 나도 이제 이름 있는 개라고
03
3화. 나는야 척 노리스
04
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간다고~
05
아빠랑 마실 가요~
이번 생은 두강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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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글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기쁨과 감정,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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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이거 봐, 나도 이제 이름 있는 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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