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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설계하는 사람들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by 이세현

특별한 사람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


우리 주변에는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꼭 대단한 명성을 얻었거나,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이 매일 살아가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우러나오는 고유한 빛이야말로 우리가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이 사람, 뭔가 다르다!” 하고 느끼게 되는 이유가 되곤 하지요.


어느 날 문득, 나는 내 인생에 다녀간 몇몇 ‘특별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들은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성취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공부하며,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는 남다른 공감 능력과 친절함으로 주변을 환하게 만들었는데, 그의 존재만으로도 왠지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진짜로 가르쳐 준 것은, 화려한 기술이나 업적이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 매 순간 깃들인 작은 선택이 어떻게 인생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하는 모임에서 어색해하는 새내기를 먼저 챙기고 자연스럽게 대화에 끌어들이는 모습. 또는 누군가가 실패했을 때, “괜찮아, 이 시련도 언젠가 너를 단단하게 할 거야”라며 미소 짓던 장면.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나는 그들의 태도에서 ‘인생을 설계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 준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주의 깊은 관찰입니다. 무엇을 결정하든,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상황이라도 진지하게 바라보고, 지난 경험과 미래의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보곤 했습니다. 이를테면 조용히 산책을 하면서, 길가의 작은 꽃을 보며 계절을 느끼고, 그 사이에 스쳐 지나간 고민들이 어떻게 연결될지 곱씹는 식이지요. 이런 태도는 내게 ‘오늘’이라는 시간을 결코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고, 그 속에서 뭔가를 찾아내려는 성찰의 자세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그들은 실패를 ‘끝’이 아닌 ‘진행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인생의 길 위에서 한두 번쯤 넘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겼고, 어떨 때는 그 실패가 오히려 다음 성장을 위한 소중한 자양분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너지더라도 오래 그 자리에 머물지 않았고, “이제 배웠으니 더 나아질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 모습은 내게 커다란 위안을 주었고, 넘어짐을 두려워하기보다 어떻게 일어설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그들은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연결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했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하게 사람 사이의 신뢰와 협력, 나눔을 실천했습니다. 함께 일하거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싶어 했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그들의 눈빛은, “지금 네가 말하는 걸 소중히 여기고 있어”라고 전해왔지요. 이런 모습은 내가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목표와 성취도 좋지만, 결국 사람을 잃으면 그 무엇도 의미가 반감된다는 것. 결국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함께 웃고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그들은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완벽한 설계도가 아니라, 유연한 재설계의 과정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분명 어떤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삶은 그 지점에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국면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가치관이 성숙하면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상황이 바뀌면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나아가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수정하라”는 자세를 잃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나도 인생이 하나의 ‘완성품’이 아니라, 끝없이 붓질하고 색을 덧입히는 캔버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특별한 사람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나만의 삶을 섬세하게 디자인하는 힘이었습니다. 무엇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지, 또 어떻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누구와 함께 걸어가야 할지를 스스로 물어보게 되었지요. 그 가르침은 결코 요란한 말이나 거창한 이론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들이 일상에서 보여 준 ‘살아 있는 철학’ 그 자체였기에, 내 인생에 깊숙이 파고들어 왔습니다.



주변의 성공한 이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교훈


살면서 가끔은 ‘성공했다’고 불리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깁니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그들이 이뤄낸 결과나 외형적 성과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그러나 막상 그들과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성공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부터 빚어진 것임을 알게 됩니다.


먼저, 성공한 이들은 대개 자신의 일에 깊게 몰입(flow)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지 많은 돈을 벌거나 높은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그 일 자체가 주는 재미와 의미를 만끽합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 1990)의 연구처럼, 몰입 상태에 들어간 사람은 최고의 성과를 내면서 동시에 심리적 만족감도 크게 얻지요. 그들과 이야기 나눌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아, 내가 이 일을 너무 좋아하거든요”였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열정이 솟고, 그 열정이 높은 성취로 이어지게 되는 셈입니다.


두 번째로, 이들은 실패를 두려움이 아닌 배움의 단계로 바라봤습니다. 누군가는 화려한 경력을 지닌 성공인의 이면에 숱한 실패담이 숨어 있음을 알고 놀라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대개 “그때 그렇게 실패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죠”라고 말합니다. 캐롤 드웩(Dweck, 2006)이 말한 ‘성장 마인드셋’이 살아 숨 쉬는 순간입니다. 실수나 부족함이 발견될 때, “나는 안 되나 봐”라고 포기하는 대신, “오, 여기서 뭘 더 배울 수 있지?”라고 질문하곤 합니다. 이 태도는 내게도 큰 용기를 주었고, 실수 앞에서도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했습니다.


세 번째로, 그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몰입해서 빠르게 끝내고, 휴식할 때는 온전히 자신을 쉬게 하며, 주변에 집중해야 할 일이 생기면 또 모든 신경을 그곳에 쏟았습니다. 마치 불필요한 소음을 최대한 없애고, 진짜 중요한 활동에 에너지를 모아두는 식이지요. 이를 통해 지치지 않고 꾸준히 전진할 수 있는 비결을 터득한 듯했습니다. 내게도 “어떻게 하면 매일매일을 덜 분산되고 더 집중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만들었습니다.


네 번째로, 성공한 이들은 사람을 대할 때 ‘진정한 연결’을 중시했습니다. 어느 자리에 가든 이익만을 계산하거나 서로를 이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인간적으로 교류하는 데 기쁨을 느끼더군요. 이것은 단순한 ‘인맥’ 구축과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돕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기꺼이 도우려 했고, 필요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이런 태도야말로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건 끊임없는 학습이었습니다. 학습이라 해서 거창한 공부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듣는 것은 기본이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통찰을 얻고,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며, 해외 출장을 가면 그 문화를 깊이 관찰하는 등, 그들은 늘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나는 잘 모르니까”라며 두려워하기보다, “한번 해보면 뭐라도 건질 수 있잖아요”라는 태도로 현실에 뛰어드는 것이죠. 그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은 결국 계속 성장한다”는 명백한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성공한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성공’이 무엇인가를 재정의하게 됐습니다. 단지 돈이나 지위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삶을 운영하고, 주변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실패를 대하는가’가 더 핵심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내가 오늘 맞닥뜨리는 과제를 좀 더 유연하고 낙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해지는 법


우리는 흔히 ‘비범함’을 이야기할 때, 평범과는 거리가 먼 특별한 환경이나 천재적 재능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현실 속 상당수의 ‘비범한 결과물’은 사실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일상과 누적된 작은 노력이 결합되었을 때 생겨납니다(Csikszentmihalyi, 1990). 이 사실은 내게 엄청난 희망을 줍니다. 나처럼 특별한 배경 없이도, 지금의 자리에서 조그만 시도를 거듭한다면 언젠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평범한 상황에서 비범함을 이룰 수 있을까요? 첫째로, ‘일상에 몰입’하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활동이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온전히 집중하고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다 보면, 그 일 자체가 점점 흥미롭고 깊이 있는 세계로 변모합니다. 이때 스스로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스몰 스텝(Small Step)으로 난이도를 조금씩 올려가며 몰입해보는 것이 핵심이죠.


둘째로, 사소한 변화를 꾸준히 쌓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아주 작은 개선을 매일 1%씩만 더해도, 1년 뒤에는 상상도 못 할 차이가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라는 신념은 거창한 목표에 숨이 차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실용적인 지침이 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내게 맞는 속도로 전진하다 보면, 어느새 평범했던 나와 상황이 한층 성숙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셋째로, 관계를 적극적으로 재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서는 성취의 폭이 한정됩니다. 반면, 친구나 동료, 선후배와 협력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또, 상대방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과정에서, ‘평범함 속 비범함’의 에너지가 더욱 크게 발현됩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친절,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움직이고, 그 사람 역시 나에게 영감을 주어 상호작용이 폭발하듯 성장으로 이어지곤 하지요.


넷째로, 내가 진정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의식하며 행동하는 습관을 기르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작은 기적’으로 채워집니다. 지금 하는 행동이 과연 내 핵심 가치와 일치하는지 끊임없이 물어보면, 설령 반복되는 일상도 새삼 의미 있는 무대가 됩니다. 예컨대, “나는 사람을 돕고 싶다”라는 가치가 있다면, 회사에서 작성하는 간단한 보고서조차도 동료들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가치를 부여하면, “평범한 일상이 ‘비범함’을 잉태하는 장”이 됩니다.


결국, 평범함 속에서 비범해지는 과정이란, 멋진 기회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다듬어가는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내가 가진 환경이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도, 하루하루를 정성껏 돌보고, 때론 도전도 감행하며, 사람들과 부딪히고 웃고 울다 보면, 어느새 일상은 더 이상 ‘그저 그런 생활’이 아닐 겁니다.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처럼 보여도, 내 태도와 관점이 더해질 때, 그곳에서 비범함이 움트는 것이니까요.


"비범해지는 데는 특별한 출발점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범한 것 속에서 빛을 발견하려는 흔들리지 않는 열정과 전념만 있으면 충분하다." 라는 말처럼, 내 주변도, 나 자신도, 충분히 ‘비범’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토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그 꽃을 언제 어떻게 피울 것인지는 전적으로 내 선택, 그리고 작은 행동의 누적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이미 걸어간 길에서 지혜를 얻고, 그 길을 어떻게 자신의 삶에 적용할지 고민함으로써 성장합니다. 또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현재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예시와 연구들이 뒷받침해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매 순간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행동을 반복하며,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분명 모두가 같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억울하고 힘겨운 여정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삶을 ‘설계’한다는 것은 무조건 화려한 인생을 보장하는 마법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방향타를 잡고 작은 선택들을 능동적으로 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거기에는 실패도 있을 것이고, 예기치 못한 변수도 즐비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길을 닦아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결국, 이 글이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내가 어떤 인생을 꿈꾸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인생을 직접 설계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돌아보라는 것이지요. 삶을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의 결과물로만 바라보지 말고, 오늘 내가 맺는 관계와 선택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한 발짝씩 나아가다 보면, 비록 거창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색과 향기가 배어 있는 삶을 조금씩 완성해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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