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들은 언제의 슬픔인 것일까
고요히 앉아 깜깜하고
슬픔으로 축축한 마음을 들여다보다
이 슬픔은 언제 적 슬픔인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고
엄마의 영정사진을 들고
앞장서서 걸었던 그날 아침의 슬픔인지
늦은 밤 함께 술 한잔 기울이다
헤어진 새벽
그렇게 혼자서 자신의 슬픔을 못 이겨
기어이 그걸 목에 메고 가버린
친구의 슬픔인지
여름날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았던 호수에서
허우적거리다 맥없이 가라앉아버린 소중한 사람의
그다음 해의 여름 때문인 건지 나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얻었던
한 가지 위로 하나가
나를 오늘날까지 살려내 주었습니다.
당장 맘이 아프고 보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커다랗대도
결국 온다고,
그 사람들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하루가.
나는 그들을 생각하지 않은 수많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따금씩 다가오는 슬픔들은 도대체 언제의 슬픔일까요?
지금 나를 슬프게 하는 건 보다 더 사소한 것들이란 생각이 드는데도
슬픔은 오히려 지난 시간들보다 더 짙은 무게감으로 짓눌러 옵니다.
요즘 정말 슬픈 건지
그때 슬픈 게 또다시 슬픈 건지
나도 모르게 슬픈 일이 있었던 건지
마음이 슬픈 건지
머리가 슬픈 건지
내 몸이 슬픈 건지
상황이 슬픈 건지
당신이 슬픈 건지
내가 슬픈 건지
이 시간이 슬픈 건지
삶이 슬픈 건지
갑자기 슬픔에 대해 알 길이 없어졌습니다.
혹시 당신은 무엇때문에 슬퍼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