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도중 바람의 목소리를 듣다.
그 자리에서 시를 써내지 않으면
그 시는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같은 하늘자리에
흔적도 없이 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 구름들처럼
허공에 흩어져 아무것도 되지 못한 생각들.
오늘은 야외 데크에 지어진 요가원에서
요가와 명상을 하다가
바람의 목소리가 마음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람을 글로 남겨봅니다.
제목: 제주바람
바람,
너를 잊고 지내고 말았다.
그럴 때면 너는 이내 참지 못하고
한달음에 달려오는 길에
바다의 옷깃을 부여잡고
나무의 머리채를 쥐었다가
풀포기들을 흔들어 깨우며
결국 나에게로 까지 와서는
머리카락 사이까지 구석구석 쓰다듬으며
내가 왔노라고 사방에다 외친다.
바람,
네가 이렇게 찾아오는 날에는
어찌 너를 보지 않을 수 있으랴.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렇게 흔들리는 날에는 서로를
잔뜩 껴안자.
사진출처: 아가스트요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