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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freeze 그림책 Jul 31. 2022

너의 사춘기 나의 그림책 3_비교

완벽한 아이 팔아요

아이의 사춘기가 일으키는 파동은 나의 불안을 활성화시켰다. 내 아이가 심각한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다른 아이들의 사춘기는 어떤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밤이 늦도록 휴대폰을 놓지 못한 채 엄마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을 검색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나는 그렇게 많은 엄마들이 자녀의 사춘기로 힘들어하고 있는 줄 몰랐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불안을 호소하는 보통의 엄마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사소한 일에도 자신의 아이를 주위의 다른 아이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내가 우월해지기도 하고 초라해지기도 한다. 비교하는 마음이 인간의 본능인지 아니면 사회화된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 사회가 우리의 비교의식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비교하며 불안해하는 일상을 벗어날 수 없다.


-저희 아이는 시험을 망쳤는데, 친구 아들은 반에서 1등을 했다네요.

-저희 딸은 친구 문제로 등교거부 중인데 조카는 방학 때 친구들하고 여행을 간대요.

-다른 엄마들이 자식 자랑하는 얘기 들으면 괜히 우울해지네요. 모임에 나가지 말까 봐요.


나의 불안이 더해진 아이의 문제는 점점 더 부풀어 오른다. 부족하고 모자란 것들만 눈에 띈다. 이것만 고치면, 이것만 좀 줄이면, 이것만 노력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림책 <완벽한 아이 팔아요>는 아이를 사러 대형마트에 간 뒤프레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쌍둥이는 특가 세일 중이고 5명 구입 시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1등 아이 할인점 안에는 다양한 나이의 아이와 여러 모델이 준비되어 있다. 완벽한 아이를 찾는다는 부부의 말에 점원은 워낙 인기가 많은 모델이라 하나의 재고가 남아있다고 얘기한다. 운이 좋게도 부부는 완벽한 아이 바티스트를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가 상품이 되어버린 세상이라. 기발한 상상이라고 넘겨버리기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작가의 경쾌한 글과 그림 속에 뭔가 무거운 것이 감춰져 있는 것 같다. 뒤프레 부부와 바티스트는 완벽한 가족이 되었을까.



부부의 가족이 된 바티스트는 말 그래도 완벽한 아이였다. 투정 부리지 않고 얌전히 혼자서 먹고 놀고 잤다. 동네 사람들은 아이가 예의 바르다고 서로 칭찬했고 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을 다 잘했다. 부모님의 말을 거스르지 않았고 부모의 실수들도 너그럽게 잘 받아들였다. 부부는 걱정하거나 불안해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의 모든 면이 맘에 들었고 일상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 부부의 잘못으로 바티스트는 학교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처음으로 부모에게 소리를 지른다. 부부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잔뜩 화가 난 채 아이를 데리고 다시 마트로 향한다. 부부의 컴플레인에 점원은 수리를 제안하고, 부부는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아이는 점원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혹시 자신에게도 완벽한 부모님을 찾아 줄 수 있는지.




내가 아이에게 원하는 건 완벽함이 아니라 상식이라고 생각했었다.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어른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 약속을 잘 지키는 것,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 등등. 인간이라면 이런 기본적인 것들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요구들은 순하고 착하게 보이는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로 더욱 당연한 것이 되어갔다.


그림책 <완벽한 아이 팔아요> 속 부부를 보면서 나는 내 욕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순간 바티스트 같은 아이를 기대했던가.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나의 불안과 욕구를 아이에게 투영시켰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우월감은 아니더라도 초라해지고 싶지는 않았던 그 마음들이 보인다. 비교와 불안의 쳇바퀴를 돌며 아이를 몰아세우던 모습들이 스쳐간다. 지금의 사춘기로 인해 아이가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닐까. 나는 아직도 겁이 난다.


바티스트의 마지막 질문에서 새삼 나의 기대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느낀다. 아이는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자꾸 잊어버린다. 어쩌면 나의 뻔뻔한 요구를 아이가 당당히 거절하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은 방학  뭐 하니?

나는 오늘도 이 말을 애써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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