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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포

찬 물 털어내고 뜨겁게 만져주어야

by 편J Mar 12. 2025


북어를 본다

자근자근 두드려 껍질 벗겨내고

본래의 정성 펼쳐놓은 여자

가볍게 제기 위에 누웠다

마른 몸에 올린 술잔이 바다를 부른다


지느러미 돌로 찧어 등에 붙이고

아가미 빠져나가는 바람

비로 내려 나무그릇 진하다

비늘 하나 주워 엄마에게 저어갈 노를 깎는다


잘 말라 가벼운 몸

멀리 갈 수 있어서 좋겠다고

찬 물 털어내고 뜨겁게 만져주어

식구들 뱃속 뜨끈하게 살린다던 그녀의 신앙


피고름 번진 젖가슴 베어내고

한 그릇 재로 서성이시니

북어는 가른 몸 포개어

큰 절로 젖뿌리 더듬는다


제사상 물리고

북어포를 일으켜 세운다

물결도 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한 마리

푹 고아 탕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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