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유를 통해 나의 문체를 만나고 싶다.
2021.11.28
창이 북쪽을 향해 난 작은 방에 발코니가 있다. 그 발코니에 붙여서 책상 하나를 두었다. 아이 용품들로 가득한 집안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나의 여가 공간이다. 이 책상에서 가끔은 다른 일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글을 쓴다. 좋아하는 책들을 뒤적이고 서평을 쓰고 소설을 쓰거나 에세이를 쓰거나 묵상 일기를 쓴다. 이 책상은 나에게 '쓰는 곳' 이상의 장소이다. 홀로 있을 때,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어서 오라고 무조건 나를 기다려 주는 곳이다.
"나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유지했다. 모든 것은 실제로 단순했기 때문이다. 창조성은 왕바랭이 식물과 같은 것이다. 왕바랭이는 조금만 보살펴주면 솟아난다. 나는 사람들에게 창조적 영혼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과 자양분을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가르쳤다. 사람들은 책, 영화, 그림, 사진, 그리고 점점 더 많은 것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응답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강의실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상처 입은 자아를 치유하거나 막혀버린 창조성을 회복하고 싶어했다." _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떠오르는 생각이 없거나 글쓰기 막막한 생각이 들 때 줄리아 카메론의 책 <아티스트 웨이>를 떠올린다. 스스로에 대한 검열을 최대한 포기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서서히 사유가 스미기 시작한다. 줄리아 카메론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유지했다'라고 하는데 나도 최대한의 단순한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신부도 "반드시 삶을 ‘단순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순화시키는 삶이란 내게 포기와 정리, 집중을 불러온다. 이 단순화를 통해 글을 쓸 시간을 만들어 낸다.
"플라톤은 우리가 “우리의 모든 영혼을 다해서” 사유한다고 단언했다. 머지않아 우리는 플라톤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모든 존재를 다해서 사유한다’고 말할 것이다." _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공부하는 삶>
단순화의 길에서 깊은 사유를 만나고 싶다. 나의 문체를 발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