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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독서와 커피

바람의 소리

by Bora

입춘을 알리는 소식이 커다란 숫자가

적힌 달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고국의 2월은

봄을 기다리는 간절함 일 것이나

살을 녹이 듯한 무더운 이국의 2월은

우기를 슬슬 준비하는 기지개다.


며 칠째 세찬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온다.

맑고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초록 잎들이

수선스럽게 눈앞에 아른거리며

휘엉휘엉 울어재낀다.

대하소설 `혼불'의 마지막 권을 부여잡고 있던

손목에 스르륵 힘이 빠지는가 싶더니

꼿꼿이 세운 고개가 어느새 떨구어진다.


선잠이 든 귓가 저 너머로

집둘레를 꼼꼼히도 훌고 가는 바람의 소리는

늦은 오후,

노곤한 육체를 뒤흔들며 깨워 줄

진하디 진함에 새콤함이 더해진

악마의 유혹 같은 아메리카노 한잔을

뼛속까지 당기게 한다.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는 케냐 AA의 한 모금

아, 이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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