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혼을 할 줄이야

달라도 너무 다른 당신

by Bora

교회 주일학교 사역을 하면서 아동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졌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유아교육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도 했으나 M단체에서 전임사역자로 선교활동을 하게 된다.

심봉사가 눈을 뜨고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M단체에서 제자양육과 리더훈련은 나의 가치관을 180도로 바뀌게 했다. 신학 신입생은 기존 기성교회의 제도에 회의와 반감을 갖고 있었으므로 앞으로 나갈 방향성을 잃어버린 듯했으나 M선교회에서 받은 교육은 막막한 길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것과도 같았다.

선교회 간사님들과 선배들은 영혼에 대한 사랑이 진실했으므로 후배들은 그들의 삶에 도전과 영향을 받았으며 그때는 공동체에 은혜가 충만했다. 그것이 나를 신학생임에도 대학 3년 간 M선교회에서 양육을 받고 기독교 리더십을 공부하며 제자양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해 3월에 M단체의 간사 교육프로그램인 제자훈련원에 입소를 한다. 교육기간 9개월을 합숙하며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공동체훈련과 기독교 세계관, 제자훈련, 농촌과 도시 선교, 리더십등 그리고 실천신학에 중심적인 공부였다. 그 이후에는 수습기간 3개월을 가지며 현장에서 실습을 가졌다.

나는 선교회 서울지구에서 사역을 하다가 수원지구 개척과 책임간사로 발령을 받는다. 가진 재능이 성실함과 책임감이니 늘 잠이 부족하리 만큼 불꽃처럼 나를 태워가며 선교활동에만 오롯이 집중을 했다.

나의 20대는 개인의 삶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아주 지독히 이타적인 삶 중심적이었으며 선교회 분위기는 연애를 한다는 것은 마치 시간낭비요, 사치라는 분위기까지 맴돌았다.


그해 봄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나는 만 서른 쯤에 한 남자를 만난다. 20대 초반에 기도원에서 만났던 학교 선배처럼 구체적으로 배우자를 위해서 기도하지는 않았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지성과 인성을 겸비한 사람을 만나게 해 주세요."

그뿐이었다. 그는 오래전에 선교사로 살겠다고 하나님께 고백을 했던 사람이다. M단체 겨울 수련회에 그는 교회 후배와 참석을 했고 우린 연애 6개월 만에 결혼을 한다. 그에 대한 감정은 홍역을 앓듯이 뜨겁지는 않았으나 이 남자를 놓치면 평생후회하겠구나 싶을 만큼 신뢰가 있었다. 그리고 종교적으로 때 묻지 않은 그의 순수함이 좋았다.

같은 해에 우리 집 쪽엔 마흔 살이 된 큰오빠가 6월에 결혼을 했고 시댁 쪽으로는 시동생이 9월에 결혼을 했으니 양쪽 집안에서 한해에 두 자녀가 결혼식을 한 셈이다.


우린 11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몽골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남편과 내가 선교에 대한 뜻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혼하기 2년 전에 몽골로 선교여행을 갔다 왔던 나는, 지평선이 안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몽골의 초원에 반해버리고 만다. 푸른 언덕에 야생 꽃무더기들이 만발했던 7월 아닌 11월의 몽골은 나라 전체가 온통 회색도시였으니 어느 곳에서든 아름다움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신혼여행을 왜 몽골로 왔어요. 비행기값도 싸고 갈 곳도 많은 동남아시아로 갔어야죠."

"겨울에는 몽골은 볼 것도 없으니 깊은 산속에 호텔을 잡아놓았습니다."

선배부부가 데려다 놓은 호텔엔 마치 우리 부부만 있는 것처럼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우리는 미래를 그리기로 했으니 신혼여행 첫날밤이 얼마나 설레었겠는가.


“선교를 가더라도 나는 전공을 살려서 컴퓨터 전문인으로 가고 싶어."

"M 선교회 대표는 선교사로 가더라도 신학공부를 하길 원하실 거예요."

"나는 신학공부를 하고 싶지는 않아. 목사가 아닌 전문인 선교사로 가고 싶은데.”

"선교를 가더라도 신학공부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호텔 밖은 겨울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다. 결코 어리지 않았던 신혼부부인 우린 가볍게 시작했던 대화가 서로 다른 생각으로 끝내는 논쟁으로 이어지고 만다. 결국 신부인 나는 신혼첫날밤에 그에게 등을 돌려버리고 자버렸고

그 밤, 남편은 자신과 성향이 너무나도 다른 아내를 앞으로 어떻게 수용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다가 잠을 설쳤다고 한다. 그에 비해 나는 그동안 쌓인 피로감으로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금방 곯아떨어졌으니 우린 참으로 많이도 다르고 달랐다. 우린 책으로 만 접했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분명했다.


방글아

너와 성향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으니, 어떤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갈지 궁금하다.

너는 오빠 만 셋이고 너에 짝은 위로 누나가 둘이 있고 네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며 시골에서 자식을 키웠지만 시부모님은 도시에서 자식 넷키우면서 모두 대학을 보냈으니 서로의 집안 분위기가 얼마나 달랐겠니.

그럼에도 너는 다음 생애가 있다면 이 사람을 다시 만날 것 같아. 너에 사랑의 레퍼토리를 보니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오래도록 마음에 품었던 남자아이나 두 번째로 연모하던 사람이나 지금의 남편조차 그네들의 성향이 어쩌면 이리도 비슷한지 모르겠다.

넌 진취적인 남성성이 강한 사람보다는 섬세하고 인격적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인 거야.

방글아

지금에 너의 남자가 니 생에 최고의 신랑감임을 잊지 마렴.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8화갈등과 갈망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