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딸아이가
매일 저녁마다 그림을 그린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딸의 기분에 따라
가족 중 한 명이
모델로 선택된다
오늘 밤, 딸의 모델은
엄마인 나다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
앞치마를 두른 모습
질끈 뒤로 묶은 머리카락
피곤해서 널브러진 자태
갈라진 발뒤꿈치까지
모든 일상이 고스란히
딸의 손끝으로 표현된다
사각사각 흑심이 스치는 소리
엄마의 온몸을 이리저리 훑으며
하얀 도화지 앞에서
진지하기만 한 딸.
딸의 굳은 의지와 결심을
딸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응원, 추앙하며
오늘도 기꺼이
딸의 모델이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