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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Dec 17. 2023

비 오는 날에 김치 담그기

로칼시장에서 배달 온 배추

저녁 6시에 호커스마켓이라는

로칼시장에서 배추를 파는

프란시스 아저씨가 차에 한가득

야채를 싣고 왔다.

배추와 무, 보라색 양파, 마늘, 오이

당근, 서양파, 송이버섯, 생강, 양배추,

감자, 고구마와 수박, 바나나, 땅콩

 그리고 계란이 배달되었다.


프란시스 아저씨네랑 인연은 배추집

주인과 손님으로 만난 17년 지기

라피키(친구)이다.

오래된 시장에 빼곡히 쌓아놓고

팔던 배추를 지금은 새로 지은

로칼마켓의 한자리에서 팔고 있다.

그네들도 나도

나이를 먹어간다.


고무대야에 물을 채워서

밤새 담가  배추를 잘라서

소금으로 절였다.

김치 담그는 날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전기가 나가고 직수는

나오고

감기약을 먹어서 인지 정신은

몽롱하고 식은땀이 났다.


나갔던 전기가 들어오자 성능 좋은

믹서기에 무와 양파, 사과, 마늘, 생강, 서양파의 흰 부분, 불려둔 마른 고추와

흰 밥에 육수와 피시소스를 넣어가며

몇 차례씩이나 재료를 갈아 주며 소스를 만들고 설탕 약간과 굴소스를 넣었다.

 고명으로 채 썰은 주황색 당근과

초록색 서양파의 잎을 섞어준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작업한 김치는

 오후 4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났지만

이젠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수 있을 만큼

김치의 달인이 되어버렸다.

김치 냉장고 한 칸에 가득 찬

통을 보니 맘이 든든하다.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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