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시어머니 기적의 식단 프로젝트 6. 다섯째 날
키토식으로 먹은 지 5일째 되는 날. 어머니의 음식 먹고 싶으신 욕구가 사라짐과 동시에 무기력증이 발생했다. 컨디션은 어제와 비슷한데, 먹는 게 재미없다고 하셨다. 그 말은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로 들렸다.
공복 16시간 유지 및 오전 스트레칭
오전에 학교에 출근할 일이 생겨서 급하게 점심으로 오트밀과 견과류만 준비해 두고 출근했다. 나 없는 동안 어머니 혼자 스트레칭을 완료하셨다.
기상
화장실
체중재기(이제부터는 허리둘레도 재기로 했다!)
기록
물 마시기
오전 스트레칭 30분
점심식사
오트밀 30g, 견과류(호두 13g, 아몬드 13g, 카카오닙스 한 줌, 마카다미아 10알), 바스크치즈케이크 한 조각, 베리류(쓰리베리)
학교에서 부랴부랴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견과류와 오트밀을 드시고 계셨다.
“어머니, 입맛에 좀 맞으세요?”
“너는 이런 게 맛있니?”
아... 어머니는 정말 맛이 없으신 거구나... ㅠㅠ
사실 난 공복을 깨는 첫끼로 먹는 오트밀과 견과류가 너무너무 맛있다. 맛있어서 아껴 먹는다. 그런데 어머니는 오트밀도 별로고, 견과류도 원래 안 좋아하신단다. 이게 한번 하고 마는 식단이 아니라 지속되려면 뭔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가장 드시고 싶으세요?”
“귤”
아... 상큼한 거 드시고 싶으시구나... 그나마 대체할 수 있는 쓰리베리를 드리니 조금 낫다 하셨다.
빨리 2주 식단이 끝나고 조금이라도 과일을 드실 수 있게 해 드려야겠다. 사실 지금도 그냥 드셔도 되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2주간은 확실하게 당질제한식으로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욕심을 내본다. 평소 어머니댁에는 과일을 박스채 사서 쟁여두고 드시는 편이고, 우리 집은 과일을 영 사질 않으니.. 힘드실 만도 하지. (조금만 견디세요 어머니!!!)
오후엔 가볍게 걷기
(근처 공원 걷기)
어머니는 점심을 드시고 근처 공원에 걸으러 나갔다 오셨다.
30분이 좋다고 말씀드렸는데 7~8,000보는 채워서 걷고 오신다.
100인 100 키토이니 어머니에게 가장 맞는 운동도 찾아야 한다!
(사실 운동은 어디까지나 매일 하면 좋지만 체중감량과 크게 관련이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상생활을 좀 더 활기차게 해주는 수준으로만 해야 한다. 운동 때문에 되려 피곤해져서 안 움직이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저녁식사
소고기 미역국, 돼지고기 뒷고기, 양배추찜, 부추무침, 김치, 김
들기름 쭉~ 끼얹은 미역국에 쫄깃쫄깃한 돼지머리고기로 단백질 보충, 양배추찜과 부추무침으로 채소섭취를 할 수 있는 식단을 짜보았다.
정신없이 만들고 국 퍼서 나르는 중에 둘째가 미역국 갖고 장난치다가 자기 몸에 뜨거운 국물을 끼얹었다. 자기 죽는다고 소리소리 지르며 우는 통에 음식 사진 한 장 못 찍고 애 달래고, 약국 가서 화상밴드 사 오고, 치료해 주느라 저녁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ㅠㅠ
생각보다 고기가 많이 남아 있는 걸로 봐서... 어머니가 충분히 안 드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가 생각보다 입에 안 맞으신 건가?
2021.1.21(목) 다섯째 날 건강 상태
수면의 질과 시간은 어제와 비슷
물은 평소보다는 조금 더 마셨고
화장실 양도 줄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가셨다고 하심
체온이 살짝 오르고 있음? 오전엔 37.1, 오후엔 37.3
요 며칠 적게 나온다고 좋아했는데 평소 체온으로 오른 것 같다.
(어머니는 이게 평소 체온이라고 하심)
컨디션은 비슷한데, 심리적으로 밥을 못 드시고 계신다는 생각에 무기력하고 당이 떨어졌다고 느끼고 계시는 것 같다. 식단에 변화를 줘서 밥 먹는 재미를 배가해야 할지 싶다.
말하는 것이 이루어질 줄 믿고 마음에 의심치 아니하면 그대로 되리라
(마가복음 11장 23절)
혼자 식단을 하려면 배고픈데 건강한 음식까지 준비해야 해서 중간에 포기할 확률이 크다.
어머니는 남이 차려주는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고 대전으로 내려오셨다.
까짓 거 어려울 게 뭐 있냐는 마음으로.
그런데 막상 차려놓은 음식이라도 다이어트의 길은 험난하고 고되었다.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삶의 큰 원동력이 되었던가! (평소에 정말 감사하고 먹어야 한다.)
진짜 이 식단대로 먹어도 될까..? 하는 의심은 이 길을 더욱 힘들게 했다.
며느리를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먹어왔던 음식과, 알고 있는 다이어트 상식과는 사뭇 다른 식단이 어머니에게는 내내 부담감으로 작용했으리라.
지금 와서 조금 아쉬운 것은, 어머니가 저탄고지, 키토식에 관해 직접 공부하셨더라면 이 길이 조금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