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리느까 Sep 03. 2024

1화. 딸내미의 눈물

좌충우돌 세 아이 육아기


한 연예인 커플의 결혼식부터 신혼살이까지 아주 긴 시간이 TV에 나왔다.

신부 입장

하이라이트는 신부가 입장하는 장면.


신부는 뭐가 신났는지 연신 벙글벙글인데 그 옆에서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하는 신부 아버지는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걸 보다가 문득 나도 언젠가는 내 딸내미를 도둑 같은 사위한테 잡은 손을 넘겨야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 아빠 손잡아 봐."


터넷 의를 열심히 보던 중1 딸내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는다.


딴 따따딴~ 딴 따따 따안~


신부 입장 코스프레를 시전 하던 내가 갑자기 사위가 마중 나오는 지점에서 딸의 손을 안 넘겨주려고 발악하는(?) 열연을 펼치며 혼자 신나 하는데...


순간 분위기가 축축하다.


맞은편 식탁에서 끌끌한 표정으로 공연을 감상하던 아내가 눈짓한다.


네 품 속에 딸내미 좀 보라며.


그 말에 딸내미 정수리를 건너 얼굴을 보니 삐죽삐죽하고 있다.


딸내미는 잘 삐죽삐죽한다.


화나고 짜증 날 때는 자리를 피하면서도 얼굴은 삐죽삐죽을 잘한다.


며칠 전에도 계단 오르기 가위바위보 게임하다 자기 반 남학생을 피해 머뭇거리는 딸아이를 재촉했더니 아빠를 등지고 걸어가며 삐죽삐죽했었다.


그래도 딸내미는 이 집에서 성격이 제일 좋다.


화 한 번 내는 법이 없다.


어느새 딸내미는 삐죽삐죽을 넘어 눈물을 흘리면서 "난 (시집) 안 갈 거야. 엄마 아빠랑 살 거야."라고 외친다.


딸아, 그 마음 변치 않았으면 좋겠구나.


딸이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내가 준 상처로 삐죽 대는 모습을 보고 다시는 딸내미 눈에 눈물 고이게 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결심을 또 어기고 말았다.


그때, 여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내가 기어이 한마디 한다.


"딸! 철딱서니 없이, 나이 많은 남편한테는 시집가지 마라."


자기가 철딱서니 있었는지 없었는지 몰라도 나이 많은 남편이 확실했던 나로서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그때 내 손에 자기 딸 손을 건네주던 장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새삼 고맙기도 하고, 과거로 돌아가서 "왜 그러셨어요?" 하고 따지고 싶기도 하고, 하여간 그렇고 그렇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