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세 아이 육아기
토요일 나이트-야간 근무-를 '뛰고' 집에 오려는데 장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넨가? 와서 묵 들고 가게."
이른 아침이라는 핑계로 빈손으로 처가에 들렀다.
도토리묵이 묵직한 것이 열두 모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화학 약품 냄새 하나도 나지 않는 천연 묵이다.
장인은 도토리묵 제조의 장인이다.
막내 아이가 태어난 지 10년이 지났다.
10여 년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래층 사는 어르신이 아내의 부푼 배를 보고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쉬던 모습이 떠오른다.
위층에 아이 셋이 산다고 생각해 보시라.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해도.
명절 때면 으레 맛난 음식을 아래층 어른들에게 전해 드리고는 했다.
이번 추석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빼먹었다.
당연하게도 아래층 어른들 생각이 났지만, 그날따라 성당에 갔는지 '삼고초려'에도 종일 기척이 없었다.
천연 도토리묵은 한 번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이 반감돼 버린다.
전해 줄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날씨도 선선하니 변질의 위험도 약간 떨어지고 해서 손 편지 넣어 문 손잡이에 걸어두기로 했다.
할아버지, 어디 가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