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리느까 Oct 26. 2024

16화. 배려

좌충우돌 세 아이 육아기


어제는 나 자신과 약속한 하루 일과 세 가지 중 '운동'을 못 했다.


정확하게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못 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운동인데 파트너인 아내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후 아내가 화초에 물을 주고 화분을 창가로 옮기던 중에 마침 거실 바닥에 손을 짚고 있던 막내 아이의 손을 밟았다.


일전에 나도 그렇게 자는 아이의 손을 밟은 적이 있는데, 그때 속이 쓰릴 정도로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아이가 우는데 아내는 그 앞에 앉아서 우는 아이를 다그친다.


조심 좀 하지 그랬냐며….


가만히 보니 어딘가 조금 이상했다.


아이가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그 상황에서 어떻게 조심할 수가 있을까, 내가 한 마디 했더니 아내는 화분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느냐며 타박했다.


다행히 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엄마 아빠가 자기 때문에 언성을 높이자 눈치가 보였는지 아이의 울음이 뚝 그치고 말았다.


그 후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조금 전 상황의 후유증을 망각한 채 밖에 자전거를 타러 가고 싶다고 조른다.


휴일에 밖으로 나가고 싶은 사람이 없었는지 아무도 막내 아이 '보호자'로 나서지 않았고, 결국 아이는 아빠를 지목했다.


그러자고 했더니 그제야 너도 나도 함께 나가겠다고 나선다.


집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아내는 외출할 생각이 없나 보다.


전화해서 맛있는 커피를 사 주겠다고 하는데도 '됐다'라고 하는 걸 보니.


기침 기운이 남아 있는데도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는 아이들을 달래어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이 되자 아내는 다섯 식구의 밥을 챙긴다.


아내에게 휴일은 가사 노동이 극에 달하는 힘든 날임이 틀림없다.


밖에서 행하는 것보다 가정에서도, 한 식구끼리도 배려의 한마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하루였다.


관성의 법칙일까, 밥상에 전날 먹다 남은 안줏거리가 다시 올라왔으나 오늘 막걸리는 쉬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