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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도황리 Jan 20. 2023

멀리서 보아도 멋지다

백두산 천지를 닮은 소천지

[소천지 2021년]

딸이 가리키는 방향은 제주대학교 연수원 건물이 있었다. 설마 이어지는 길이 있을까? 내 생각과 달리 연수원을 통과하면 바닷길이 나왔다. 마치 딸들이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 나니아연대기처럼. 물론 장롱문을 연 것도 아니고, 눈의 나라로 넘어간 것도 아니지만. 바닷길 옆, 덤불로 이뤄진 나무터널을 지나, 이름 모를 노란 들꽃이 피어난 길을 지나, 솔밭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니 드디어 소천지가 있었다.


푸른 바다와 초록 바다 그 경계의 결계를 친 것은 검은 현무암. 애국가에 나오는 백두산 천지와 형태가 비슷해 서 소천지라고 했다더니 정말 비슷했다. 내가 갔을 땐 현무암에 갇힌 물색이 옥빛이었다. 왜 물빛이 옥빛일까? 물이란 본디 투명하니 주변환경에 의해서 일 텐데 주변을 둘러봐도 알 수가 없었다. 검색에선 소천지는 올레길 6코스의 일부구간으로 사람들에게 아직 덜 알려진 보물 같은 곳이란다. 딸이 맑은 날에는 소천지에 한라산이 투영된다고 했다. 우리가 간 그날은 구름이 잔뜩 낀 날이라 아쉽게도 한라산이 투영된 모습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소천지의 옥빛과 더 넓은 울트라마린색의 바다빛깔의 대조만으로도 충분히 이색적이고 아름다웠다.

좀 더 가까이에서 소천지를 보려고  갯바위를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발이 아파서 갯바위 길을 포기했다. 딸 역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쇠소깍까지 올레길 6코스 그리고 자전거 도로를 왔다 갔다 하며 걸었다. 쇠소깍이란 이름이 좀 생소한 어감이라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쇠소깍은 제주 방언으로, 쇠는 효돈마을, 소는 연못, 각은 접미사로서 끝을 의미한다고 한다.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쇠소깍은 아주 잔잔한 호수 같았다. 무엇보다 물이 정말 맑아 그 깊이를 육안으론 어림조차 할 수가 없다. 쇠소깍에서 카약을 탄 사람들이 많았는데 마치 신선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뱃놀이를 즐기는 것 같았다. 

구불구불한 쇠소깍의 물길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우린 데크를 깔아 놓은 산책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오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벌써 3시였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었고, 날씨까지 심상치 않았다.

우린 좀 더 돌아가더라도 제주 동백을 보러 중산간에 있는 신흥리마을로 가기로 한 날이었다. 부디 만개한 붉은 동백꽃을 보기 전에 비가 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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