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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이기적이라는 당신 생각에

나도 안다. 그도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는 것을.

by 이혼해도 안 죽어요 Mar 14. 2025

나는 20년간 결혼생활을 지속했다. 만 20년의 결혼 생활. 그 긴 결혼생활 에피소드를 줄줄이 나열할 생각은 없다.


어떻게든 살아왔고 견뎠으나, 그것은 개인의 사정일 뿐. 그리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 


아이가 있는 부모가 모두 그렇듯이 아이들 두고 이혼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꽤나 긴 시간을 망설이고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이미 진작에 끝났 어야할 결혼 생활이 20년까지 길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이혼을 생각했다. 이혼하고 싶었으나 아이가 너무 어려서 당분간의 내 삶은 포기하게 되었다. 많은 엄마들이 그러하듯 자식이 먼저였던 것이다.


대화나 타협을 하면서 서로에게 맞춰가며 노력을 했던 시기 같다. 최악은 면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남편과 나는 지향점이 달랐던 것 같다.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맞지 않았다. 좀처럼 타협을 보기 어려웠고, 이 때문에 재산상의 손해가 극심해지고, 생계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가장의 실패는 곧 경제적 타격으로 다가오고 가족 모두가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런 실패를 두고 사람들은 말을 한다. 왜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느냐고?


그러나 적극적으로 말렸기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나는 이혼하고 나서 양육비를 준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30% 정도 밖에 양육비를 주고 있지 않으며, 아이와 같이 여자가 혼자 생존하기에는 사회적 여건이나 경제적 상황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나의 행복은 유보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나의 경력은 금이 갔어도,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으니까.


그러나 참고 사는 것도 한계에 다다라서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려워 이혼을 하면서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아빠에게 주었다. 


보통의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비를 달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아빠에겐 아이를 같이 케어 하면서 성실한 가정 생활을 하도록 아이를 맡겼고, 남편이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혼의 직접적인 이유들을 너무나 많지만, 각각의 이유들보다도 많은 부분 귀책 사유는 남편에게 있었고, 현재에 와서 상대방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미 타인인 사람에게 더 이상 피해를 주기도 싫거니와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상대방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안다. 그가 그 누구보다도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이젠 남이지만, 아이 생부에 대한 기본적인 인격은 지켜주고 싶다. 또 그렇게 엉망진창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리고 당시 나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유와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 


모두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이혼을 하고 보면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아주 단순한 과정인 데도 이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은 몹시 지난하고 고통스럽다.


각자의 집을 얻고 물건을 분리하고 이사를 하고 나서도 그의 물건과 아이의 물건이 계속 나온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아득한 심정에 휩싸이지만, 미련 없이 버린다. 

중요한 아이 물 건 몇 가지를 빼고는 모두 버린다.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지난날 행복했던 추억을 버린다는 이야기다.


사진들과 물건들과 행복했던 날들.

 그것은 사랑과 미련에 대한 단순한 감정이라기 보다는.

치열하게 살았던 나의 지난 날들에 대한 확인 같은 것이지만, 잘라버린다.

모질고 잔인한 순간들이 와도 이젠 과거라고 더 이상 추억하지 않는 것이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혼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다. 


좋아서 시작한 결혼과 모든게 끝이 나고 어쩔 수 없 이 짐을 정리하는 마음이 같을 리 없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방식에서 다른 방식으로의 전환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듯이.

지난 20년간 살아온 습관을 모두 새로 바꾸는 일은 힘겨운 일이었다.


그러나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사랑은 서로의 바닥을 보았고,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 또 한 자신만을 이기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멀어진 관계로 아이를 빌미로 남 은 생을 마주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이혼의 이유이기도 하고 다시 내 삶을 되찾고자 하는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기도 하다. 그것은 잘 못된 것이 아니다.


벼랑 끝에 서 있었다면, 뛰어내리거나, 돌아서 가야 한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대로 두면 해결되지 않는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으며, 결혼도 내가 결정 했듯이, 이혼도 내가 결정해야만 하고, 그 후폭풍도 내가 견뎌야 하는 것이다. 


그 모든 책임 은 나에게 있다. 나의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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