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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할머니 Mar 25. 2021

무능력자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무엇보다 습관을 만들어서 꾸준히 내 생활 속에 스며들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다.

매일매일 꾸준히 해서 나도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고 나 자신에게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성취감도 느껴보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너무 시간이 짧았다.

결국 또 이렇게 되는구나 싶으면서 자존감은 더더욱 떨어지고 어느새 난 또 무능력자로 전락되고 말았다.


주기가 있다.

오랫동안 육아만 하다가 그 시간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졌을 때 생기는 공허함은 나 자신이 사실상 무가치한 인간이라고까지 느껴지는 우울함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도대체 내가 이 시간을 또다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 그 감정에 빠져들어 느끼지 말고 뭐가 됐든 움직이자 마음을 먹고 운동을 등록하고 공부를 하고 이것저것 일을 벌이면서 바쁘게 생활하고.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무능력자라는 느낌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무능력자...

현재 내 본분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고 그것만큼 값진 일은 없는데..

다정하고 상냥하고 감정에 너그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며 그것도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 인정받고 싶고 그럼으로써 내가 느끼기에 우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국 그런 마음은 나를 항상 불안하게 만들고 나를 점점 더 혹사시켜야 그나마 좀 마음이 안정되었다고나 할까..

이제 뭘 하지? 란 생각에 급급해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는 거 보다얀 낫다는 심정으로 이거 했다 저거 했다 이거 조금 저거 조금 오만가지 건드리기만 한 1년 동안의 내가 솔직히 창피하고 부끄럽다. (아, 이 또 자존감 내려가는 신호라니...)

하나만 죽어라 파도 성공하기 어려운데....

이젠 정말로 진지하게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나에게 묻고 답을 알아내야 한다.

결혼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

한참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살다가 다시 내가 내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게 너무 무거운 책임으로 느껴지지만 진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든 될 수 있다고 좀 낙관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봐줘야겠다.

아이들에게만 보내는 그런 눈빛을 나에게도 조금이나마 나눠줘야겠다.

그동안엔 성과를 못 낸다고 채찍질만 하고 곱게 봐주질 않았던 나 자신에게.





작년 여름방학에서 그대로 가정보육으로 이어지며 두 달가량 글을 쓰지 않았던 게

이번엔 미리 시작한 겨울방학이 봄방학으로까지 이어지며 건 네 달 만이다.

이미 아이들이 등원한지는 3주 차에 접어들었고 날도 많이 따뜻해져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여전히 내 맘은 겨울.

이번에는 정말로 다시 글을 써야겠다, 뭔가를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결심하는데 더 힘이 든다.

지난 1년간 지긋지긋한 반복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처음 썼던 글도 전체적으로는 불안감이 깔려있었지만 그 속에는 잘 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지고 기대감도 살짝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두 아이 모두 등원을 하게 되면 난 무엇으로 그 시간을 채우며 열심히 생활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만 하다가 코로나로 아이들 돌보기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어지고, 5월 중순 처음으로 두 아이 모두 등원을 하고 혼자만의 생활에 적응이 되어갈 무렵 다시 가정보육에 들어갔다.

다시 한번 길고 긴 감옥살이 육아에 지쳐 갈 때쯤 2학기가 시작되고, 어렵사리 내 일상에도 루틴이 반복되고 속도가 좀 붙는가 보다 할 때 다시 가정보육으로 돌아가는 도돌이표였다.

숲에서 실컷 뛰어놀 수 있는 유치원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첫째 아이도 불쌍하지만

뭐 좀 할라 하면 끊기고 다시 좀 해봐야겠다 맘먹으면 끝나 있는 이 생활에 나도 너무 화가 났다.

코로나로 나만 멈춰있던 게 아니라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불이 붙을 무렵 찬 물이 껴얹어지면 다시 시작하기가 이렇게나 두렵다. 시작하기도 전에 사기가 꺾여버리는 것이다.

언제 이 생활이 또다시 끝나버릴지 모르기에...




아직도 내 마음은 격렬히 방황하고 있다.

'아, 오늘은 이거 했지? '아~ 오늘은 책이라도 좀 읽었다' '아, 오늘은 겨울 동안 방치 수준이었던 식물들을 드디어 정리했구나!'(아주 후련했다) '오늘은 가스레인지 청소했네~!'(가스레인지를 분리해서 삼발이랑 버너 헤드의 기름때를 박박 벗기는데 손목은 나갔어도 다하고 나니 이게 제일 뿌듯했다)

언제까지 이런 하찮은 소일거리에 위안을 삼을 것인가.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불안하고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안달이 나있는데.

빨리 계획을 세우자!

일단 그러려면 운동부터 등록하자

체육센터 재개하는 날만 기다리다가 몸보다도 정신이 더 상하겠다.


일단 지금의 계획은 이렇다.

하던 운동 스쿼시와 필라테스중에 특히 스쿼시는 잊자 잊어버리자. 너무 아쉽지만 강습반이 아예 사라져 버린 상황인 것을 내가 뭐 어떻게 한 단 말인가..

소도구를 이용해서 하던 매트 필라테스도 훌륭한 강사님 때문에 아쉬운 건 마찬가지지만 더 이상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벌써 2011년의 4분의 1일 지나가고 있다. 이젠 진짜 뭐라도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기구 필라테스 한번 해보자 싶어 몇 군데 알아봤고 내일 상담 겸 등록을 하러 간다.

4월부터 월수금 열 시에는 무조건 운동을 갔다가 와서 공부를 해야겠다.

꼼짝없이 운동을 가야 하고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활기찬 오전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구체적인 계획표대로 공무원 공부를 제대로 해봐야겠다. (전공만 행정학과일 뿐이지 필수 이수과목만 간신히 들었을 뿐이라 겁은 나지만..)

그리고 늘 개운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지!

내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진 행복한 엄마가 아이들에게도 행복을 물려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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