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 계신 하얀 옷을 입으신 할아버지가 밑에 층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나에게 “한번 살려주자!”
하면서 지팡이를 내 머리에 던지셨는데 엄청 아파 “아!!”하고 비명을 지르다 깨어났더니
병실이었다.
꿈이었던 것이다.
내가 깨어난 걸 보고 간호사가 달려와서 “깨어나셨군요!”
“여기가 어디예요?”
“병원이에요 하루동안 혼수상태셨어요!”
나는 급성폐렴으로 몸이 심각하게 안 좋아져 응급실에 실려가 중환자실에 일주일 입원했다 퇴원했다.
의사가 최선을 다해서 날 살려낼 거라고 했다고 한다.
거의 죽다가 살아났다. 의사는 너무 충격이 커서 몸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고 하면서 병원식사와 휴식을 이틀간 더 취하고 퇴원했다.
병원에서 집에 오는 길 차 안에서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만약 그 형제와 결혼했으면 어쩔 뻔했냐고 결혼 안 한 걸 정말 큰 축복으로 알라고 하셨다. 오히려 시련을 피하게 해 주셨다는 데에 감사해야 한 다시면서
“아빠는 네가 정말 좋은 사람과 결혼할 거라는 걸 알아.” 그 말을 듣는데 뺨에서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맞아, 더 이상 가족을 힘들 게 할 순 없어. 그와 난 인연이 아닌 거야.. 나에게는 나를 진정 으
로 사랑해 주는 가족이 있어.. 여태까지 나를 너무 힘들게만 했던 그 형제를 잊자!”
우리 어머니는 내가 입원해 있을 때 우시면서 율에게 왜 이런 시련이 생기냐고 이러다 죽는 거 아니냐고 평소 잘 아시던 철학 보시는 분께 여쭈었는데 “걱정 마세요 율은 살아요! 그리고 곧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라고 하셨다.
나는 우리 가족에게 너무 큰 죄를 지어서 이제는 슬퍼하지 말고 부모님 원하시는 사람 만나서 결혼할 거라고 약속드렸다. 우리 가족에게 10년 수명단축되는 시간이었기에..
친구 혜정이가 왜 연락이 안 되었냐며 전화 왔다. 자초지종을 알고 왜 연락 안 했냐며 아들 데리고 병문안 갔었어야 했다며 말했다. 남편인 서구오빠는 아플 땐 쉬는 게 가장 좋다고 병문안 오는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나 혼자 애태우며 한번 만나자고 했다. 12월 한겨울 드디어 대학로 세븐스프링스 샐러드바에서 만났다. 어머니가 전날 “시크릿”책을 건네주시면서 김형제 만나면 주라고 하셨다. 김형제는 살이 쏙 빠져있었다. 동그랗던 얼굴살이 빠지니 작은 눈이 커 보였다. 몸도 많이 말라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율희가 정모오빠에게‘라고 쓰인 “시크릿”책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를 보니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나님이 그토록 열심히 기도드린 나에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시련을 왜 주실까.. 생각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내가 기도한 지 정확히 1년째 되던 날.. 주님은 축복이 아닌 크나큰 시련을 나에게 선물로 주셨구나.. 하나님은 특별히 나를 싫어하시나 보다. 얼마나 큰 축복을 주시려고 이렇게나 아픈 시련을 주실까.. 다른 사람들처럼 큰 축복이 없어도 좋으니 시련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큰 축복일지는 몰라도 차라리 안 받고 이런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은 없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 후 김형제는 (예전에자기 기분 내키는날 학교로 찾아와 집까지 드라이브해줄때처럼)가끔 전화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을 알렸다. 병실에서 누워있는데 맞은편 암 환자가 새로 와서 자기도 암말기라고 인사를 하며 계속 수다를 떨었더니 어쩜 그렇게 천진난만할 수가 있냐며 성격이 진짜 활발하시다고 했다며 자랑하면서 어린애처럼 철없이 말을 했다. (지금 생각난 건데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 김희선 남편의 성격과 같이, 바보 같고 생각 없이 천방지축 뒤처리 못하고 우유부단한 바람둥이 등 모든 면이 그와 아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련이 크면 클수록 기뻐하라. 더욱 큰 축복을 주신다. 시련을 만나게 되면 고통스럽지만 그것은 반드시 인생에 또 다른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