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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ong 빌롱 Sep 23. 2024

시련

여전히 또.. 다른 자매

그 후 나는 그를 잊으려고 애를 쓰며 간신히 버티며 생활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남겨 두었을 때 전화가 왔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때와 같이 장난스러운 말로 “뭐 해?”라고 물었다. 그래서 일한다고 하니 자기는 토요일인 줄 알고 전화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말하기를 “나 사실 아파.. 너한테는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말하는 거야..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길래 평소 때 몸을 잘 관리해야지..”라고 했다.

그는 “놀라지 마.... 들을 준비 됐지....? 나 말기 암이야..”

“뭐?!?!”

“의사가 2주 후에 죽는데..”

그는 대변이 계속 안 좋게 나와서 아버지께 말했는데 그럼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가보았더니 대장암 말기를 진단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와 우선은 둘만 알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중국 출장 갔다고 하고 숨기기로 결정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너도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라고 했다.

나는 너무 큰 충격에 휩싸였지만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여태까지 수업한 것

보다 최고의 정신력을 발휘하여 집중해서 마쳤다.


그리고 서둘러 역까지 오는 길에 울었다. 전철 안에서도 눈물이.. 버스에서도 눈물이.. 쏟아 내려오는 걸 참으며 집에 와서 얼른 샤워하고 방에 들어가 평소 기도하는 것처럼 침대 앞에 꿇어앉아 주님께 물었다.

“왜 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신 겁니까.. 저는 앞으로 어떡해요.. 왜 제가 그토록 간절히 기도드린 사람을 저렇게 만드셔서 저를 아프게 하십니까..”울며 물었다. 그리고 목사님께 전화드려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목사님도 얼마 전 전화받고 충격받았다고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비밀로 해달라는 걸 자기 아내에게는 말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분은 이어 말씀하시기를, 예전에 한 자매가 있었는데 결혼 한 달 남겨놓고 형제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엄청 슬퍼했는데 좋은 남자 소개받고 언제 슬퍼했냐는 듯 일주일 만에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하며 지금도 가끔 안부를 묻는 사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런 시련이 이해가 안 가더라도 꼭 이해가 가는 날이 올 거라고 말씀을 전해주셨다.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되었지만 하염없이 울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난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렸다. 김형제의 사촌형과 같은 교회에 계신 최자매님이 둘의 사이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해서 어머니께 전화를 하셔서 그분도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목사님이랑 친하셔서 김형제 소개를 또한 주선하신 분이셨다)그리고 다음날 김형제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 이 사실 누구에게 말했냐고 하면서 최자매님이 우리 형한테 동생 아픈 거 괜찮냐고 물어서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한 후 자기한테 바로 전화하여 너 누구한테 말한 적 있느냐고 해서 율한테 말했다고 하니 “야! 너 그 자매한테 말하면 어떡해!!!”하며 호통쳤다고 한다.

내가 알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걱정하는 내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너무 오바하는 그들의 태도가 맘에 안들었다.


목사님은 며칠 휴가를 얻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난 힘을 다해 일을 나갔다. 초가 짤깍거리는 몇 초도 나를 숨 막히듯 고통스럽게 했다. 온 세상은 어둠이었다. 일요일 예배 시간에 울었다. 옆에 계신 어머니는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시고 어쩔 줄 몰라하시며 똑같이 고통을 느끼셨다. 내 옆에 앉은 미국 선교사들이 내가 왜 우는지 영문을 몰라 기쁜 일로 우는 것인지 슬픈 일로 우는 것인지 말 못 하는 나에게 종이에 영어로 물었다. 나는 간단하게 말을 했다. 결혼을 생각했던 사람이 말기암에 걸려 죽는다고 한다. 선교사들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해주고 토닥거리며 궁금한 듯 계속 짤막하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리고 선교사들은 우리 집에 오고 싶다고 해서 저녁초대를 했다. 그들은 하나님은 율 자매를 정말로 사랑하신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에 직접 그린 이쁜 핫트를 그려 넣은 쪽지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는 직접 구운 치즈 케이크를 상자에 담아 집에 가서 먹으라고 주었다. 그들은 예쁘게 담긴 치즈 케이크 상자를 들고 너무나도 기쁘게 문을 나섰다.


나는 아침에 눈을 깨고부터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 쓰라린 고통을 참을 수 없었다. 숨을 쉴 수 있는 그래서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통이었다. “아 이 아픔을 덜 수만 있다면.. 무엇과도 바꾸겠다.. 하루하루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나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나으리.. 생각했다. 그건 정말로 생매장과 같은 잔인한 고통이었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도 거의 맥이 빠진 창백한 얼굴로, 또렷하지 않은 눈동자에서는 차갑고 매서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려왔다. 퇴근하고 차를 기다리면서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시나마 잊기 위해 음악을 마약으로 삼으며 “One night ticket과 Happy song"을 반복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는 눈 줄기를 타고 내려온 눈물에 차가운 뺨을 힘없이 쓸어내렸다.

창밖을 바라보며.. 왜 하필 그일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평소때와 다름없이 일을 훌륭히 해냈다. 정말로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었다.


나는 김형제에게 가끔 연락하며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만나자고 했다. 그에게서 연락이 안 왔다. “나에게 이제 관심 갖지 마..! 나는 결혼 생각 접었어.. 우린 서로 갈길이 달라..!”하며 차갑게 귀찮다는 듯이 메시지를 남겼다. 그렇게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아프더니 좋아하는 감정까지도 사라진 걸까.. 어떻게 그렇게 차갑게 말을 할 수가 있나.. 충격이었고 이해가 안 갔다. 나 혼자 목매달고 그는 이렇게 아파하는 나를 안중에도 없었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내가 이렇게 아파하고 걱정하는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하다니 상당한 충격이었다.. 자존심이 조금 상했지만 “지금 결혼하려고 관심 갖고 연락하는 게 아니라고 어떻게 아픈데 결혼을 하냐고.."너무 어리석은 그의 말에 답을 보냈다. 그렇게 차갑게.. 이제 그만 연락하라는 듯이.. 이렇게 애타게 너만을 생각해 왔고 힘들어하는 나에게.. 귀찮다는 듯이 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회사 출근하는데 갑자기 연락 와 평소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했다.

어제 이마트에서 우연히 아진이 마주쳤는데 오빠 얼굴이 왜 그렇게 빠졌냐고 지나가는 말로 웃으면서 사업 때문에 너무 바쁜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날 아진이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다고 한다. 그러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고 한다. 아진이는 그와 예전에 같은 동네 교회 다닌 자매이다. 나는 그가 몹시 보고 싶었다. 아픈 이후로 우리 사이가 그렇게 된 이후로..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눈치 보며 한번 만나자고 한지가 언제인데.. 이 사람은 다른 자매는 만나면서 왜 나와의 만남은 소홀한 걸까.. 걱정하는 나에게 더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좋아하는 감정 까지도 없어져 버린 듯.. 그는 나를 조금이라도 관심 있어하는 말투가 아닌 아예 무관심한 사람과 통화하듯 했다. 아진이가 나에게 전화했다.

며칠 전에도 연락 와 나의 안부를 물어서 나 요즘 힘들다고 하니까 "기도해 그러면 들어주실 거야, 언니 사랑해.."라고 했다. 그래서 김형제와 만나면서 혹시 이 사실 율 언니도 아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율 언니가 힘들다고 한 거구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왠 날벼락이냐며 언니와 나밖에 모른다며 내 상황을 알고 싶고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헐레벌레 전화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래서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몹시 기분이 안 좋았다. 누구보다 그를 걱정해 주는 나는 뒷전이고 다른 자매를 먼저 만나서 자신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니.. 나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나는 왜 안 만나주는 것인가..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자매라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의 마음을 전혀 상관하지 않고 또한 나를 좋아하는 감정까지 사라진 듯 신경을 아예 쓰지 않았다. 금요일 밤.. 내일은 토요일이다.. 일을 하지 않기에 그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시간이 많아지는 주말이 두려웠다.


그때는 너무 어리석게도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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