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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참된 사랑

진정한 사랑이란

by belong 빌롱

죽음이 눈 앞에 닥쳐오는 듯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다. 무서운 한밤의 고요가 프란체스카 신부 주위를 에워쌌다. 한밤의 정적이란 조그마한 무슨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어둠이 숲 속을 지나는 바람처럼 갑자기 죽음의 두려움이 신부의 마음속에 날라왔다. 두 손을 꼭 쥐고 그는 "아, 앗!" 하고 큰 소리로 외친다. 그러면 두려움은 썰물처럼 물러난다. 그러고는 다시 밀려온다. 열심히 주님께 기도를 드리려고 했지만 마음속을 띄엄띄엄 스쳐가는 것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을 흘린' 그분의 얼굴이었다. 지금은 그분이 자기와 마찬가지로 죽음의 공포를 맛보았다고 하는 사실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이마를 손으로 닦으면서 오직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신부는 좁은 방을 서성거렸다.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배겨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먼발치에서 사람소리가 들렸다. 설혹 그 사람이 이제부터 자기를 고문하려는 선한지도자일지라도, 이 비수같은 차디찬 어둠보다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생각되었다.

"저는 그리스도 신자입니다. 신부님을 뵙고 싶습니다." 누가 소리쳤다.

신부는 생각했다 "누구란 말인가? 또

내가 여기 숲속 작은 방에 홀로 있다는 걸 어찌 알았지?"

"신부님, 용서해 주세요. 고해성사를 하러 왔습니다."

그 목소리는 바람에 끊어지듯 다시 멀어져 갔다가 다시 또 들려온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아, 어째서 저는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요?"

신부는 그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누구를 용서할 자격이 있는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신부의 불안은 아무리 해도 씻어버릴 수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성경을 펼쳐 보았다. 신부는 예수님이 유다에게 말한 말을 되씹었다. 예부터 성경을 읽을 때마다 그의 마음에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걸려 있었다. 왜 그분은 자기를 머지않아 배반할 사나이를 제자 가운데 넣었을까? 유다의 본심을 다 알고도...

신부는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최후의 심판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마음이 그를 옥죄였다.

좁고 좁은 방에 갇혀 답답한 마음에 그는 숲속 공기를 마시러 현관 문을 열었다.

소나무 뒤에서 남녀가 포옹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남자의 등이 버드나무처럼 우아하게 휘는 모습을, 그렇게 두 사람입맞추는 모습을 지켜 보게 되었다. "저 사내가 아까 나를 찾으러 온 사람일까?" 조심스레 한발 한발 낙엽을 밟으며 사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얼마전에 결혼할 여자를 소개시켜 주러 온 사내가 아닌가?" 신부는 그와 입맞춤을 하고 있는 여성을 보려 애썼지만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저 먼발치에서 관할 교구 주교인 요셉 신부님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심장이 마구마구 떨렸지만 추스르려 애를 썼다. 요셉 신부는 아주 밝고 환한 얼굴로 그에게 먼저 인사했다. 그러자 그도 내키지는 않았지만 요셉신부님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둘은 방으로 들어가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의자에 앉았다.

요셉 신부는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바로 말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프란체스카 신부가 봉사해 온 시간에 고맙습니다." 신부는 요셉신부를 뚤어져라 쳐다보는 가운데 그 신부는 말을 이어갔다."무엇보다 완전한 자유의지에 따른 이 선택이 프란체스카 신부님에게 평온을 주기를 기도합니다”라고 축하했다. 그 말을 듣자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는 어찌할 줄 몰라 마음속으로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내 뜻을 받아들이고 축하해주시다니..." 어느새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보니 다수의 신도들이 "프란체스카 신부님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높이 들며 응원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아까 여자와 포옹을 나눈 사내도 있었는데 예전에 약혼녀라고 데리고 온 사람과는 다른, 상당한 미인과 손을 잡으며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는 다가와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당신은 당신의 마음을 지배할 수 없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하며 악수를 청했다. 다른 분들도 그에게 환한 미소로 다가와 “당신은 용감하고 솔직한 선택을 했습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깜깜한 밤 숲, 군중 속에 가려져있던 그녀도 갑자기 모습을 비추었다. 그녀는 사랑스런 미소를 띄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도 모르게 그녀에게 두팔을 벌리며 안아주었다. 포옹하는 동안

그는 생각에 잠겼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고 꼭 우리가 그를 위해 끝까지 봉사를 해야만이 사랑받는 건 아니라는 것과 우리가 어디에서 무슨일을 하든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다. "하나님, 제가 어디에 있든 제 마음 안에 주님은 항상 살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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