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친구에게 새해맞이 안부와 덕담을 전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날에는 모르는 누군가에게도 안부와 덕담을 건네고 싶다. 일출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족 모두의 건강을 빕니다.’라고 짧은 인사를 건네는 상상을 했다. 만약 내가 길에 서서 그런 행동을 한다면 나를 마주한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사람이 사람에게 서슴없이 안부를 묻는 일이 타인의 눈치 볼 일은 아닌 듯하다. 모습만 달라서 그렇지 어쩌면 내가 네가 될 수도 있었고 네가 내가 될 수도 있었던 일이라 생각하면 나와 너의 경계가 두루뭉술해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사이다. 서로가 뒤바뀔 수 있었던 사이다. 그러니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무작정 다가가 ‘그동안 평안하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건강하세요.’등의 짧은 인사를 건넬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길에서 그렇게 안부를 건넨다면 ‘도를 아세요?’라든가, ‘사장님, 정말 괜찮은 부동산이 나왔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어요?’라고 하면서 다가서는 사람 취급받기 십상일 것이다.
그렇게 취급받을 줄 알면서도 가끔은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동안 힘든 일은 없었는지 등의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나와 너,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애잔한 마음으로 등을 토닥거려줄 수 있는 사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살다 보면 모르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건 전혀 따질 필요도 없이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벤치에 앉아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 되는 상상을 해 본다.
점점 나와 너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 ‘우리’, ‘함께’보다는 ‘개인’이 우선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타인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흐르다 보면 우리 각자가 사막 위에 세워진 콘크리트 건물처럼 스스로 고립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에 ‘너와 나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서로 내가 너인 듯, 네가 나인 듯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라는 몽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