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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by 동화작가 몽글몽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친척 결혼식에 다녀왔다. 10월은 주말마다 결혼식이 많아 마음이 부산하기도 하다. 사실 신랑과 신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부모님들과의 친분이나 친척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참석만 하면 되는 마음 편한 하객일 때가 많다. 하객의 입장에서야 딱 두 가지가 중요하다. 주차가 편리한가, 식사가 맛있는가 이다. 신부가 어떤 드레스를 입건, 신랑 신부의 스토리가 어떠하건 하는 건 별 흥미를 끌지 못한다. 이번 결혼식장은 주차도 편리했고 식사도 아주 훌륭했다. 다른 하객들은 교통은 좀 불편한 편이라고는 했는데 어차피 모르는 곳에 자차로 이동했던 터라 별로 느끼지는 못했다.


결혼식 중간 신랑, 신부와 혼주가 함께 자리에 나와

- 일일이 찾아뵙지 못해 이 자리를 빌려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인사를 드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냥 흘려듣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 역시 하루 전 숙박하며 결혼식에 참석하던 중이었다. 누군가는 새벽 일찍 출발하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했고 오고 가는 길에 적잖은 비용과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들 달려와 이 장소에 함께 웃으며 손뼉 쳐 주고 축복해 주는 일이 결코 작은 성의는 아니다.


하객으로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 하나, 발길 하나에는 가정을 이루는 것에 대한 축하의 의미와 더불어 앞으로 살아가는 순간에 다가오는 수많은 힘듦에 쉬이 꺾이지 말라는 격려도 있다. 모든 결혼이 지속될 수 있는 건 아니라 헤어짐을 선택하는 경우라도 그 수많은 하객들은 그날, 나의 결혼식에 어떤 마음으로 오셨을까를 떠올려 보면 하루쯤, 한 달쯤 그 결정을 더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으며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친척들 사이로 역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한 분의 얼굴이 새삼 밝게 보인다. 재작년 이맘때, 이분 역시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때도 우리는 식장을 향해 가고 있었고 이제 몇 시간 후면 결혼식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우리 모두를 믿을 수 없게 만든 한 통의 전화는 예비 신랑의 비보였다.


하객들은 황망함 속에 가던 길을 되짚어 집으로 오면 되었지만 당사자인 신부 가족들은 슬픔보다는 경찰서로 먼저 달려갔었다. 예비 신랑이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예비 신부 가족이었으니 조사가 필요했다고 했다.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슬픔이란 걸 이겨냈는지, 이겨낼 수나 있었는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물어볼 수도, 아는 척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오늘 이 자리에, 아무 일 없다는 듯 참석하여 신부에게, 신랑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는 그 모습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히 들은 것 같았다. 나 역시 신랑, 신부에게 박수를 보내는 틈틈이 그분과 딸에게도 박수를 보내주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음을, 내일이 결혼식이라고 모두 결혼식을 다 할 수 있는 걸 아니란 걸 알기에 오늘 결혼하는 청춘들이 아름답고 대단하며 그래서 지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 나처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하객들은 또 기꺼이 결혼식에 참여해서 박수를 칠 것이고 줄을 서서 뷔페를 먹고 왔던 길을 되짚어가면서 한 나절 이상을 축복과 축하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오늘, 손을 잡고 같이 인생을 걸어가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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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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