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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UP주부 Mar 17. 2023

화장실 독립 만세

# 오늘의 느낌 : 개운한, 상쾌한, 기꺼운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조금 더 여유 있게 일어날 수 있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느긋한 아침을 연 후, 오늘은 무얼 쓸까에 대한 설레는 질문과 함께 시작 된 건 바로 나의 느낌에 집중하기. 오전 중에 늘 하는 일과 하나를 끝마치고 조금 더 가뿐해진 마음으로 선택한 다음 일정은 화장실 청소였다. 화장실 청소를 하며, 아 개운해, 하고 느꼈다. 내가 개운함을 느끼는구나, 알아챘다.


     가끔 방문하시는 엄마는 내 집이 늘 잘 정돈되어있는 것을 참 뿌듯해 하셨다. 나도 집이 깨끗이 정돈된 상태여야 흡족한 마음으로 날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치있는 'me-time'을 위해, 쌓여있는 집안일일랑 눈 딱 감고! 눈썹 그리고! 휘리릭 나가버리라!는 조언은 사실, 나에게 딱히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뒤로 미루어둔다고 홀가분하지도 않을 뿐더러, 잔뜩 어지러운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으니까.


     불과 몇 달 전까지도 나는,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는 게 익숙했고, 이삼일에 한 번은 청소기를 돌려야 청결하게 여겨졌고, 물때가 얼룩을 남겨놓은 화장실을 사용하기 싫어서 깨끗함을 되도록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온라인 공동체를 통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느는 만큼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이러한 전환은 아주 자연스럽게 하지만 획기적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더 이상 일주일에 두세 번씩 청소기를 돌리지 않는다. 한 번 정도 돌리는 것 같다. 설거지감은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이제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느지막이 한다. 저녁설거지는 안 하고 싶으면 안 한다. (그러면 남편이 한다. 이 간단한 ‘원리’를 너무 늦게 발견했다. 원리대로 움직이지 않는 날도 있지만, 그런 날은 다음날 아침에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다.)


     화장실은, 지인의 경험기를 듣고 실천함으로써 신세계를 열었다. 거실 화장실은 남편과 아들이 쓰도록 하고 안방 화장실은 내가, 엄마가 쓰겠다 선포한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덮개를 확인할 필요도, 닦을 필요도 없이, 그냥 앉아서 싼다. 타인에 의해 감내하던 불필요한 프로세스로부터의 자유함을 쌀 때마다, 여전히 매번, 만끽한다. 화장실이 분리되며, 그들이 만들어낸 물때와 얼룩을 마주해야 하는 드러운 순간이 줄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해서가 아니라, 기꺼이 싸악 씻어내고 싶을 때 화장실을 청소한다. 오늘이 오랜만에 찾아온,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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