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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가 먹히던 날

by 박세환

유아부 여름성경학교 물놀이.

초등학생 아들이 따라왔다.

물놀이 안전요원인 아빠를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하지만 떼를 쓴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결국 하나를 사줬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마트에서 다 먹고 오랬더니 물놀이장까지 따라온다.

4~5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먹는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아들에게 말했다.

선생님들이 이 무더위에 물놀이 봉사 하고 있어.

맛있는 도넛과 시원한 음료수를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나눠주면서.


그런데 네가 아이스크림 들고 오면 어떻게 될까.

아이들이 다들 부모님에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떼쓰겠지.

하루 종일 봉사한 노력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순간이야.


아들은 이해했다.

작년까지는 씨도 안 먹혔을 논리가 제대로 들어갔다.

교회 담벼락 뒤에서 먹는 아들을 보며 감사했다.

아들이 성장했구나.


우리도 매주 예배를 통해 말씀을 듣는다.

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말로는 아멘 하지만 행동의 변화는 없다.

언제쯤 성장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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