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이 되는 순간
오랜 침잠을 통해, 23년 동안 천직으로 해오던 공부방을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공표한 지 이틀째.
나의 기쁨, 행복, 보람, 희망, 어이없음, 짜증, 분노, 걱정, 답답함, 두려움이라는 감정생활에서 커다란 지분을 차지한 공부방.
우리 가족의 삼시 세 끼를 해결해 주었던 공부방.
어느 순간, 별 감흥 없이 기계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공부방 수업은 나에게 점점 아무것도 아닌 것들 중 하나가 되어, 배가 침몰하 듯 나의 의식 저편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공부방을 그만하기로 결정하고 공표한 그날. 폐선으로 소멸하고 있던 공부방은 어떠한 강력한 힘에 의해 나의 의식으로 다시 인양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 중 하나에서 아무것인 일로 변화되었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일들 중 하나에서 기쁨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의 해찰과 떠드는 소리가 나의 마음을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덧칠해 놓았다.
공부를 안 하는데도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그렇게 미워 보였는데.
사람 마음은 갈대라는 말이 떠오른다.
내가 원하고 원하는 것들이 이뤄질 것에 대한 두려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에 대한 걱정.
사람이라는 동물은 참 이율배반적이며 양가감정의 포로이다. 마치 인생은 마치 첫사랑의 설렘과 끝사랑의 아쉬움을 오가는 진자의 운동과 같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진심으로 무엇을 욕망하는지? 그 욕망이 채워지면 행복해지는 것인지? 과연, 그 행복은 영원한 것인지?
단 한 번만 살 수 있는 소중한 나의 삶에 어떤 의미를 채색하고 싶은지? 아침, 저녁으로 변하는 나의 마음에 나도 헷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설렘과 기대 그리고 희망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 나서게 하는 탐험가로서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선한 의미를 전달하는 미래의 나의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