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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지망생 Feb 16. 2016

왜 하필 소설인가?

꿈은 이야기를 먹고 큰다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다. 그땐 다들 그랬다. '사이언스 키드' 세대,  남자아이들은 으레 과학자가 돼야 하는 줄 알고 자랐다. 학교도, 사회도 그렇게 권했다. 정확히 쓰자면, 과학자가 아니라 공학자다. 산업화 시대였고, 우수한 엔지니어가 절실했다. 남자 고등학교는 대개 이과 반이 많았고, 물리학과나 전자공학과의 인기가 높았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공대에 진학했다. 


지금은 전공과 다른 일을 하며 산다. 젊은 시절, 진로 고민이 많았었다. 나만 겪는 일은 아니었다. 미끄럼틀 타고 내려가듯, 한번 정한 진로를 쭉 따라가는 삶이 얼마나 되겠나. 


진로 고민, 조금 예쁘게 말하면 '꿈' 이야기다. 누구나 꿈이 있고, 꿈을 키운다. 그리고 꿈을 꺾고, 지우고, 새 꿈을 품는다. 꿈이 아예 없는 사람은 없다. 꿈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실제로는 꿈이 있다. 다만 그 꿈을 드러낼 용기가 없을 따름이다. 터무니없는 꿈이라 비웃음 살까 두렵고, 위험한 꿈이라 견제당할까 무섭고, 소박한 꿈이라 무시당할까 걱정스럽다. 


꿈을 드러내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꿈이란 대개 아지랑이 같다. 사진으로 찍어내듯, 선명하게 그려내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말이나 글로 담아내기도 힘들다. 대개는  마음속의 어떤 떨림으로만 간직한다. 한자어를 쓰자면, 심상쯤 되겠다. 


막연하게 아른거리기만 한 꿈에 뼈와 살을 붙이는 게 이야기다.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고 검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게다. 하지만 검사를 꿈꾸는 사람이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면, 자기 꿈이 더 선명해진다. 자기 꿈에 살이 붙는다. 다른 꿈 역시 마찬가지. 김대중의 삶을 보고,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그러나 정치인을 꿈꾸는 이가 김대중의 삶 이야기를 들으면, 꿈이 더 단단해진다. 쉽게 깨지지 않는 꿈은, 그를 좌절로부터 구한다. 현실이 시궁창이어도, 꿈은 금강석처럼 단단하므로, 그는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꿈을 이룰 게다. 기업인을 꿈꾸는 이가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 


꿈은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 '사이언스 키드' 세대 가운데, 과학이 정말 재미있고 좋아서 과학자를 꿈꾼 이들이 몇이나 될까. 대개는 과학 이야기를 먹고 자란 꿈들이었다. 마징가 제트부터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 이야기까지. 이런 이야기들이 과학자의 꿈을 자라게 하는 젖줄이었다. 


이야기를 만드는 장인이 되려고 한다. 대장장이가 뜨겁게 달아오른 쇠를 쳐서 낫과 망치를 만들 듯, 온갖 이야깃거리들을 두드리고 매만져서, 재미난 소설을 지어보고 싶다. 누군가의 꿈을 자라게하는 밥과 반찬이 될 만한 소설. 그래서 나는 지금 소설가 지망생이다.  


소설 '알을 품은 섬'


첫 번째 이야기 :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두 번째 이야기 :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세 번째 이야기 : "활 잘 쏘는 자가 왕 노릇 하는 까닭"

네 번째 이야기 : "화살 맞아도  끄떡없으니 활쏘기란…" 

다섯 번째 이야기 : "화살이 눈에 박히자 가야 전사들은"

여섯 번째 이야기 : "그 활로 나를 쏘거라"

일곱 번째 이야기 : "그들을 나와 함께 황천으로 보내라"

여덟 번째 이야기 : 왕이 제 자식 죽인 자를 접대한 까닭

아홉 번째 이야기 : "죽은 왕은 알에서 태어났소"

열 번째 이야기 : "우리 자식들 대신 그들을 묻읍시다"



소설 '내 남자친구는 북한 간첩'


<1> 내 남자친구는 북한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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