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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지망생 Feb 17. 2016

"우리 자식들 대신 그들을 묻읍시다"

알을 품은 섬, 열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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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부족, 우가의 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뱀의 부족, 사가의 뒤에는 백제가 있소. 사가의 간이었던 죽은 왕은 굴욕을 무릅쓰고 백제의 마음을 샀소. 왕의 뜻을 거스르면, 사가 전체가 돌아설 거요. 그럼 백제와도 부딪힐 수밖에 없소.”     


마가의 간이 말했다.     


“난 이제껏 한 번도 뱀의 부족을 동족으로 인정한 적이 없소. 우리와 같은 나라에 살고 있고 함께 거북이 바위에 올랐지만, 근본은 다른 종족이라고 보오. 알에서 태어난 자들이 우리와 같은 땅에서 살지만, 그들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요.     


내 동족으로 인정할 수 없는 자와 내 자식들이 한 무덤에 묻히는 꼴을, 나는 눈 뜨고 볼 수가 없소. 사가의 무리, 뱀의 부족 역시 근본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알에서 태어난 자들과 관계가 있다고 보오.     


나는 이 자리에 모인 다섯 부족의 간에게 제안하려 하오. 죽은 왕은 사가의 간이기도 하오. 그리고 사가, 뱀의 부족은 알에서 태어난 자들과 그리 멀지 않은 종족이오. 그래서 제안하오. 알에서 태어난 자들 가운데 적당한 자들을 골라 죽은 왕의 무덤에 묻도록 합시다. 우리 자식들 대신 말이오. 죽은 왕이나, 알에서 난 자들이나 어차피 근본은 비슷한 자들이오.     


나와 내 자식들은 쇠붙이 무더기를 배에 싣고 온갖 나라를 돌아 다녔소. 세상에는 왕이 있는 나라도 있고, 없는 나라도 있소. 왕이나 간이 죽었을 때, 사람을 함께 묻는 나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많소. 사람 대신 흙을 빚어 만든 인형을 묻거나 동물을 묻기도 한다오. 


알에서 태어난 자들 가운데서 우리 자식들과 비슷하게 생긴 자들을 골라 대신 묻도록 합시다. 그럼, 죽은 왕의 유언을 크게 어기지는 않은 셈이 되오. 사가의 무리와 백제 역시 대놓고 반발하기는 힘들 거요.”  


소설 '알을 품은 섬' 다음 편 보기   



소설 '알을 품은 섬'


첫 번째 이야기 :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두 번째 이야기 :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세 번째 이야기 : "활 잘 쏘는 자가 왕 노릇 하는 까닭"

네 번째 이야기 : "화살 맞아도  끄떡없으니 활쏘기란…" 

다섯 번째 이야기 : "화살이 눈에 박히자 가야 전사들은"

여섯 번째 이야기 : "그 활로 나를 쏘거라"

일곱 번째 이야기 : "그들을 나와 함께 황천으로 보내라"

여덟 번째 이야기 : 왕이 제 자식 죽인 자를 접대한 까닭

아홉 번째 이야기 : "죽은 왕은 알에서 태어났소"



소설 '내 남자친구는 북한 간첩'


<1> 내 남자친구는 북한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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