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4_나바레떼-나헤자
앞서거니 뒷서거니 같이 걷던 일행과 연락을 주고 받다가, 그들도 오늘 나헤자까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점심 전에 도착했지만, 그들은 점심 후에 도착한다고 연락되어 기다렸다가 같이 식사를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바르에 들어가 핀초와 와인 한 잔을 마셨다. 마을의 중앙 광장이 보이는 바르 야외 자리에서 망중한을 보내다보니, 그 사이 그들은 나헤자에 들어와 쉰다고 했다. 서로 식사 타임이 어긋나는 것 같아서 각자 알아서 먹자고 했다. 나는 길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이정도의 거리감이 좋았다. 다행히도 나도 그들도 같은 성향이라 우린 서로 편했다.
그래서 좀더 자유로워진 나는 아픈 무릎을 쉬지 않고... 또 돌아다녔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내가 그 날의 나에게 한 마디 전할 수 있다면, 좀 쉬어!! 라고 말해주고 싶다.) 순례길에 있는 마을들에는 성당이 있거나 조금 큰 가톨릭 박물관이 있거나, 늘 볼게 많았다. 나는 그런 걸 또 지나치지 못하고 돌아다녔다. 핑계는 늘 Siesta 씨에스타를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슬슬 배가 고파왔다. 이곳에서 유명한 것이 오징어 튀김이라고 했다. 마침 나헤자에 오징어 튀김을 하는 곳이 있어서, 나는 당당히 오징어 튀김 하나에 와인 한 잔을 주문했다. 핀초처럼 나올 것을 생각했는데, 양이 많다. 하지만 다 먹었다. 내일이면 다 사라질 열량이니까. 내일 일정을 확인하며 또 한 번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내 앞에 베카 부부가 나타났다! 세상에!! 또 만날 줄 몰라서 정말 놀라고 반가웠다. 나보다 앞서 출발한 그들이기에 당연히 못 만날 줄 알았다. 그 사이 베카가 식중독 비슷하게 배탈이 나서 쉬며 걸었다고 했다. 나도 무릎이 아파서 버스 점프를 하며 걷고 있다고 했다. 서로의 이런 완급 조절이 우리를 다시 만나게 했다. 무릎이 많이 상했다는 나의 말에 베카는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가슴이 찡- 떨려왔다. 하마터면 눈물 흘릴 뻔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