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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붉은 건 뜨겁기 때문이야

매치스 서울 캠페인 'The Auditions'  CF 데뷔작에 관하여

by 장마레 Jan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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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쉰다섯의 그녀는 '위너'였다.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온라인 플랫폼 

매치스(구, 매치스패션)

서울캠페인 'The Auditions'의 주인공.

 

집 앞에서 대기하던 벤츠 밴을 타고 

화보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향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나를 반긴 건,

축하 꽃다발


픽업서비스, 화보촬영, 캠페인 광고.

위너에게 주어진 특혜였다.


더 레이 등 럭셔리 의상을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포토와 영상을 찍었다. 


2021년 11월 25일

매치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됐다.

보그와 데이즈드를 비롯한 패션지에 게재됐다.

<2021년 11월 온에어,  위너 4인의  매치스 캠페인 서울 캠페인>


처음부터 작정한 일은 아니었다.

그녀가 작정한다고 될 일이던가.


매치스는 서울론칭을 기념해 한국의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공개오디션을 진행했다.


나만의 스타일이 담긴 전신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뒤, 

룩에 대한 설명과 캠페인에 선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적으면 지원이 완료되는 것.


인스타그램에서 진즉에 봤던 공모였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될까, 싶었다. 

그때까지 모델로서 그녀의 커리어는 전무했다.


일은 뜻하지 않게 시작됐다.


"한번 해보지 않으실래요. 

마레쌤한테 딱인 것 같은데" 


잊고 있었는데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


마침 모델아카데이미에 같이 다니던 

쌤들과 보헤미안 콘셉트의 

사진 촬영을 마친 뒤였다.


될까, 해볼까.


그녀는 사진을 골랐다.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은유적일지언정 그녀의 인생 이야기였다.

<공개오디션 지원 사진><공개오디션 지원 사진>



@matchesfashion #매치스패션오디션


거친 들판,

한 그루의 나무처럼.


그렇게 우뚝 선 노년의 주술사는,

분명 어느 때인가 이 낯선 땅에 불시착한 

젊은 이방인이었으리라.


"정착하기를 언제나 바라며 왔다네.

 유랑의 꿈 역시 놓아본 적 없다네"


오늘도 주술사의 노래는 바람처럼 떠돈다.


노년의 깃털 같은 갑옷 아래에는 여전히.

청년의 붉은 심장이 뛴다.


보헤미안룩에 담고자 한 나의 이야기이다.


글 쓰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모델이란, 

새로이 나선 유랑의 길이자 

단단히 뿌리내리고 싶은 정착의 땅이기도 하다. 


유랑과 정착 사이를 오가는 나의 고민은 

직종과 분야만 다를 뿐 동시대를 사는 이들의 

공통된 숙제가 아닐까.


지금도 누군가는 

남다른 꿈을 꾸고 새로운 길에 들어설 것이다.


다양성의 가치는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와 가치관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다. 


오십 대 중반. 여성. 작가라는 

그 어떠한 구분이 아닌 온전한 '나'의 삶. 

나의 이야기가 지닌 힘을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공유와 공감을 통해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매치스패션의 

브랜드 캠페인 오디션에 지원한 이유이자 

선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2021.11.1  모델 장마레


지원한 지 3일 만에 확정 디엠을 받았다. 

우승자 선정.

그녀의 가슴은 마구 뛰었다.


열흘 만에 화보촬영.

찍은 지 2주 만인 11월 25일 캠페인 온에어


강남 대로변의 대형 전광판에서 또는

성수동의 오프라인 광고배너에서 

패션잡지 보그와 데이즈드에서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어떤 순간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화보: 조기석 작가><화보: 조기석 작가>


<매치스 서울캠페인 'The Auditions'>


그 후,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그녀는, 

모델이 되었고 배우가 되었다.

여전히 작가다.


가끔 생각한다.

그녀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이런 순간이 오면,

그녀는 늘 그렇듯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린다.


어느 날 야구 경기를 보던 관람석에서

하늘 높이 떠오르던 야구공을 보며

'아, 나도 작가가 되어야지' 했던 하루키.


그토록 비현실적인 순간들이

시작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녀의 삶도 그랬다.


어느 젊은 날,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다,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 했다.


어느 노년의 날,

모델이 되고 배우가 되어야지.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는 것을

찾아 나선 여행자는

여전히 유랑에 나선다.

그리고 정착을 꿈꾼다.


언제까지일까.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쯤은 알아지는 것이 있네.

그녀는 읊조린다.


그래,

나의 노을은 여전히 붉구나.


노을이 붉은 건, 

뜨겁기 때문이야.

브런치 글 이미지 3



매치스 서울 캠페인 'The Auditions'를 함께 한

데이즈드 코리아, 에이전시 커넥션, 조기석작가님과 스텝들

그리고 3인의 위너, 김채원, 장하진, 이명님의 영화로운 시절을 응원합니다.



배우가 찍고 씁니다. '100명의 마레가 온다' 

목요일에 만나요, 지금까지 장마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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