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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춘은 고전이 되었다

 단편영화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에 관하여

by 장마레 Jan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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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타이틀씬>


'기형도 시인을 어떻게 아세요?'

'교과서에서요'


단편영화의 타이틀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물었고

감독의 대답에 그녀는 잠깐 멍해졌다.


아, 나의 청춘은 고전이 되었구나.

<감독이 찍어 보내 준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중에서>


















이 영화의 시작은 어쩌면 그 시절,

내 살던 그 청춘이었을지도 모른다.


시를 써보겠다며 학교 2층 도서관에

틀어박혀 종이와 씨름하던 낭만의 시절.

선배가 좋아하던 기형도 시인의 시를

좋아라 따라 읽었던 어설픈 청춘의 밤.


이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데에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작용했을지도.





그녀의 이름은 오진희.

새벽부터 서둘러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그녀의 건조한 동공은 왠지 슬퍼 보여.

포스터를 쥔 그녀의 주름진 손은 절실하다.


끝내 찾아야 할 사람이 있다.

백발이 다 된 지금이라도.



전철에서 만났을 테지.

어쩌면

전철에서 헤어졌을까.


전철은 진희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사랑과 이별의 공간.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그녀는

자문한다.


그도 나를 그리워할까.

내 사랑 안들.

<오진희가 찾는 그 사람, 안들>

얼마나 됐을까.

왜 그러는 것일까.


그녀에겐 그런 의문 따위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그녀가 사는 이유의 전부라도 되는 듯.

<지금의 진희와 과거의 진희>

'나 오늘 이상한 할머니 봤다'


과거의 진희는 전철 안에서 미래의 진희를

알아봤을까.


알아봤다면 달라졌을까.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살아가는 것처럼,

이별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것처럼.

잃은 것인 줄 알면서도 찾아 나서는 것처럼.


그럼에도 계속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삶도 사랑도 그리움도.


그래서 시인은 가엾다고 했을까.

그래서 감독은 가엾다고 했을까.


아, 쓸쓸하다네.

가엾은 내 사랑.


이런 사랑 어때요.

그대라면.

<2023년 여름 촬영현장, 안들역의 공민규배우님과 함께>




단편영화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함께 한 변진감독님과 배우님들, 스템들,

가빈팀의 영화로운 시절을 응원합니다.




배우가 찍고 씁니다. '100명의 마레가 온다'

매주 목요일에 만나요. 지금까지 장마레였습니다.



 길이가 짧고 미공개된 단편영화를 소개할 때 늘 고민이 됩니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까.

 배우의 추천사로 여겨 주세요. 우리의 아껴 둔 만남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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