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냄과 동시에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말
1.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남자주인공 한기준은 첫사랑을 찾아주는 사무실을 차리게 되고 첫 손님으로 온 서지우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전국의 김종욱을 찾아다니며 둘은 많은 경험을 함께하는 날들을 보내게 되고 어느 날 시골 산장에 있다는 김종욱을 찾아 무박 2일의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또다시 허탕. 헛걸음을 하고 돌아온 뒤 기준은 지우를 직장으로 보내주며 "잘하고 와요"라는 말을 건네고, 무심코 "알았어요"라고 대답하며 걸음을 떼던 지우는 뒤돌아서 "네? 어디를요?"라고 되묻는다. 머쓱한 기준은 뒤풀이를 안 할 거냐며 물어보지만 지우는 우리가 무슨 M.T 다녀온 줄 아냐며 면박을 주고 가던 걸음을 마저 뗀다. 하지만 이내 곧 뒤돌아서 기준이 기다릴만한 작은 술집을 알려주고 나서야 직장으로 들어간다.
그때 기준이 지우를 보내면서 한 말은 '잘해요'가 아니라 '잘하고 와요'였다.
2.
보냄과 동시에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말 '다녀올게'.
이 말은 참 예쁘다.
태어날 때부터 둘인 사람이 어디 있을까? 대신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말뚝을 하나씩 가지고 태어나는데 자라면서 그 말뚝을 박을 만한 곳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 믿음이 가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말뚝을 서로의 삶에 박고, 그 사람을 자신의 또 다른 축으로 삼는다. 축의 일부가 상대에게 있기에 떠날 때 다시 돌아갈 곳은 상대가 되고, 그 상대의 되돌아올 곳 역시 내 품이 될 때 우리는 서로에게 '다녀올게'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는 서로에게 돌아갈 집과 같은 존재가 된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아니게끔 다시 만남을 기약하는 말, '다녀올게'.
이 말을 건넨 상대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이 당연해진다는 것. 이는 얼마나 큰 행복인가.
3.
내 눈을 바라보고 처음 '다녀올게'라고 말하던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때 처음으로 나를 떠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고도 나는 불안하지 않았다. 서로의 삶의 축이 서로에게도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당신의 '다녀올-'과 '-게' 사이에는 미묘한 리듬이 있었고, 네 글자밖에 안 되는 그 작은 말속의 멜로디는 온종일 머릿속에서 맴돌았었다. 우연히 아침에 들었던 노래가 오전 내내 입에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다녀올게'라는 말은 참 예쁘다.
그리고 그 말을 당신은 참 예쁘게 했었다.
글, 사진 :: 임성현
Insta :: @always.n.all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