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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L Jun 12. 2023

외국인이 작은 동네에서
일을 구한다는 건 1

30살에 독일 초밥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기

독일어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 든든한 지원군 P양. 언제나 고마워. 압멜둥(거주지 등록 취소)은 내 스스로 힘으로 할게!


독일에 와서 바로 한 것 중에 하나가 알바다.

알바의 어원이 독일어 Arbeit에서 왔는데 진짜 Arbeit를 하게 되었다.

혹여나 금전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일단은 하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Kaufland라는 마트에 매장이 있는 초밥가게에 지원을 했다. 당연하지만 그 나라 언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아시아계 식당 정도가 있으면 다행인데 Weimar라는 작은 도시에 다행히도 초밥가게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인 직원이 나와 그 지점의 점장 사이에서 중계를 해주고 서류를 작성해 본사로 보내주었다. 첫 출근일은 12월 1일 오전 6시까지라는 문자를 받고 저녁 일찍 잠드는 연습을 했다. 구글맵에서 매장의 위치를 보면서 어떻게 가야 되는지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출근>


출근길 예쁜 별사탕 같은 조명

출근 당일. 독일의 겨울은 해가 아주 짧고 늦게 뜨기 때문에 어두웠다. 한국과 비교하면 가로등도 적고 밝지 않아 더 어두웠는데 종종 보이는 빵가게와 카페 들만이 문을 열었다.(이후에 마트도 일찍 여는 걸 보고 정말 사람들이 근면성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자전거를 타고 구글맵이 가르쳐주는 데로 갔더니 웬 공동묘지가 나왔다. 구글 말로는 이 길로 쭉 뚫고 가면 매장이 나온단다.. 앞이 안 보여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조금씩 앞으로 갔으나 공동묘지의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역시 구글맵을 믿으면 안 된다) 자전거로 15분 거리이지만 초행길이라 넉넉잡아 5시 15분에 출발했는데 시간은 5시 45분이 되었다. 슬슬 땀도 나고 긴장이 되었다. 첫 출근부터 늦을까 봐. 그래서 공동묘지를 빠져나와 구글맵의 큰 도로를 보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새벽 5시에 차만 쌩쌩 달리고 빛도 없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시아인.. 지금 생각해도 나 정말 무모하고 대책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시간 맞춰 출근은 해야지! 초원에서 자전거로 달려 겨우 시간 맞춰 매장에 도착했다.




<수습>


독일은 Probearbeit라는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수습기간. 내가 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직원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보다 언어가 안되니까 일단 마이너스 점수였다. 2명의 베트남 직원이 있었는데 둘은 영어를 할 줄 모르고 나는 독일어를 할 줄 몰랐다.(당연히 독일이니까 영어보다는 독일어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쌀을 씻고 밥을 만드는 것부터, 청소하는 법 등등 모든 것들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베트남 아저씨들. 나는 고맙고 미안해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다 괜찮다는 베트남 아저씨들 말 안에는 조금 다른 마음들이 있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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