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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즈플 Oct 05. 2023

운동하지 않는 자 = 게으른 자?

늑대물린여자 26



'운동'이란 체력과 수행력, 건강 등을 개선하거나 유지할 목적으로 여가에 계획적, 구조적, 반복적으로 행하는 신체 활동을 뜻한다.


아픈 사람이라도 운동은 해야 한다. 

아니, 아픈 사람일수록 운동은 해야 한다. 


신체 능력의 악순환은 끝없이 반복되는 우로보로스와도 같다. 아파서 운동을 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체력 저하로 이어지고, 체력 저하로 인해 병은 악화되기를 반복한다. 


실제로 루푸스에 걸리고 일 년 내에 몸무게 변화는 없어도 내 허벅지 두께는 못해도 3cm는 빠졌다. 인바디를 잴 때마다 골격근은 내려가고 체지방은 올라가는 그래프에 필라테스 선생님은 “곧 둘이 만나서 뽀뽀하겠어요.”라며 혀를 찼다.


운동은 분명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운동과 관련해서는 무례해지고는 한다. 상대방이 나와 나이가 비슷하면 체력도, 상황도 무조건 같다고 여기고는 자신이 한마디 조언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반박해도 소용없다. 그들이 그렇게 여기면 판결은 진행한다. 

다른 분야는 공감을 잘하면서도 유독 건강이나 살에 관련해서는 공감하지 못한다.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 자신하기 때문일까? 그들이 내뱉는 문장들 속에는 분명 비슷한 종류의 우월감이 내재되어 있다.


“아 직장 생활 힘들어.”

“네가 좀 더 일을 열심히 해. 상사가 문제겠니? 네가 문제지.”


“애인이랑 싸웠어. 너무 슬퍼.”

“그럼 가서 화해해. 화해 못하겠으면 말하지 마. 왜 말하는 거야?”


이렇게 말하는 지인이 있다고 쳐보자.

걱정을 털어놓는 사람이 문제일까, 답변하는 지인이 문제일까? 우리는 모두 공감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사회성을 운운하며 지인이 혹시 상대방을 싫어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걱정을 건강으로 바꾸면?


“루푸스 때문에 자꾸 근육이 빠지네. 최근에 근감소가 왔어.”


근황을 물어서 한마디 내뱉었더니 너나 할 것 없이 내 건강 코치라도 되는 것처럼 득달같이 달려들어 운동에 대해 내뱉었다. 그래도 되는 줄 안다. 

내가 자신들보다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니까?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아픈 사람이라서?


루푸스에 걸리지 않았을 때에도 다이어트나 몸매와 관련해서는 다소 함부로 말을 얹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는 분명히 있었다. 그러니 비단 내가 루푸스 환자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


운동 좀 해라.라는 말을 이리저리 방어해 보려 노력한다. 

명절 잔소리를 피하듯,


“조금만 운동을 해도 숨이 찬다.”

“유튜브를 보며 하루 30분~1시간 사이의 운동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1~2회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다.”


나의 노력을 어필했다. 지인들은 그 말들이 모두 변명으로 들리는 모양이다. 그렇게 운동을 하는 데 네 몸뚱이가 그럴 리 없지. 나름이라는 단어는 노력 옆에 붙일 수 없지. 그 정도 운동으로는 택도 없어.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씩은 운동해 줘야지. 


“그 정도 운동은 운동이 아니지.”


내 노력이 단숨에 폄하되는 순간이다.


사람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은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의지 탓이고, 게으름 탓이라고만 여긴다.


지인 중 한 명은 주말마다 등산을 하고 클라이밍 동호회도 다닌다. 운동을 좋아하고 여름에는 스쿠버다이빙도 하러 제주도에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지인은 자신이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을 가진 것이 행운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운동을 하다가 아파도 명현현상이니 참고 꾸준히 하면 나아진다는 미신 같은 말을 믿고 꾸준히 운동하다가 무릎인대가 나간 사람이 나다. 이제 조금만 빨리 걸어도 발 뒤꿈치와 발목, 무릎에 염증이 온다. 관절에는 수영이 좋다고 해 수영장에 갔더니 염소물이 피부와 맞지 않았다. 햇볕 알러지가 있어 낮에는 밖에 나가지 못한다. 

그 조건들에 더해 누워서 자지도 못하던 몸상태에서 운동까지 더하고 있던 나에게 지인은 네가 제대로 운동도 안 하고 있는 건 네 몸에게 학대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았을 텐데.


어떤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 대입하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살과 운동에 대입하면 자신이 공감할 수 없다고 거리낌 없이 칼날로 내리찍는다. 너의 건강이 걱정이었을 뿐이라고 변명할는지도 모르지만, 글쎄다. 운동에 대해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것도 당사자일 텐데.


운동은 물론 중요하다. 땀을 흘리는 모습은 멋지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향한 비난을 할 자격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운동은 나와의 싸움이다. 남과 싸우고 비교해 우위를 점하기보다 어제의 나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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